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에이스 이현중(나가사키)이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가렸다. 땀을 닦는 것 같았지만 흔들리는 어깨를 보며 이현중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현중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중국에 71-79로 진 뒤 얼굴을 가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패배로 대회를 마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또 패배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이현중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중국 높이에 밀려 고개를 숙였다. 3점슛 성공률이 12.5% 그쳤는데 안준호 한국 농구 대표팀 감독은 “높은 수비에 3점슛이 터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큰 신장을 앞세운 중국이 한국을 잘 막았고, 한국 선수들 역시 리바운드 열세 속에 자신감 있게 3점슛을 던지기 부담스러웠다는 게 안 감독 분석이다.
경기는 졌지만 이현중은 제 몫을 했다. 이현중은 중국 후진추(23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2득점을 올렸고 여기에 7개 리바운드와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중국전뿐만 아니다. 이현중은 이번 대회에서 한 차원 높은 농구를 선보이며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했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한국이 ‘죽음의 조’로 평가받는 A그룹을 넘어선 것도 이현중 힘이 컸다.
대회 1차전 호주전에서 11득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한 이현중은 2차전 카타르전에서 24득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훨훨 날았다. 한번 불붙은 이현중 감각은 식지 않았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레바논 전에서 이현중은 3점슛 13개를 던져 7개(성공률 53.8%)를 꽂아 넣을 정도로 놀라운 적중률을 자랑하며 28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괌전에서는 14분만 뛰며 15득점 9리바운드 성적을 남겼다.
이번대회에서 이현중은 출전 선수 중 6번째로 많은 평균 19.8득점을 기록했다. 리바운드는 12위인 7.6개다. 아쉬웠던 건 괌과 중국전에서 장기인 3점슛이 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현중은 이 두 경기에서 21개 3점슛을 던져 단 4개(성공률 19.1%)밖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이현중은 한 차원 높은 슈팅능력을 뽐내기 충분했다. 이 대회에서 5경기에서 이현중은 27개 자유투를 얻어내 24개(성공률 88.9%)를 성공했고, 3점슛 라인 안쪽에서 20개 야투를 던져 15개(성공률 75.0%)를 터트렸다.
이런 능력을 앞세워 이현중은 미국대학농구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냈고 NBA 하부 리그인 G리그와 호주에서 또 일본에서 경쟁하며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대회 전에는 해외에서 생활했던 이현중이 한국팀에 융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안준호 감독은 이현중에 대해 “팀에서 가장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하고 박수도 가장 많이 치는 선수”라며 “허슬 플레이도 다 해주고 동료가 넘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선수도 바로 이현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선수로서 기능도 좋지만 외적인 면에서도 빛나 높은 가치를 갖는다”고 칭찬한 바 있다.
여기에 중요한 건 이현중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NBA 레벨에 수비와 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뒤 보강이 됐다. 이런 이현중이 있기 때문에 한국 농구의 미래는 밝다.
경기 후 이현중은 “지는 게 제일 싫은데 져서 화도 많이 나고 슬펐고, 또 후회하고 실망스러운 경기였다”며 “중국 빅맨 높이가 높았지만 (하)윤기 형, (김) 종규 형, (이)승현이 형이 너무 잘 싸워줬고, (여)준석이도 부상에서 부상에서 돌아와 100% 아닌 몸으로 싸워줬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현중은 부진한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이현중은 “경기를 뒤집을 기회가 많이 왓는데 내가 중요할 때 많이 못해준 것 같다”며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현중은 또 “8강에서 떨어졌지만 선수들 모두가 마음이 더 생겼을 거라 믿는다”며 “다음 국제대회에서 눈물과 좌절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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