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2025 KBO리그. 올 시즌 한정, 명실상부 최고의 마무리는 SSG의 우완 조병현이다. 올 시즌 처음 풀타임 마무리를 맡은 조병현의 올 시즌 성적은 52경기 52.1이닝 5승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은 1.38이다. 20세이브 이상 거둔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마무리는 조병현과 김원중(롯데), 둘이다. 김원중은 블론 세이브가 4개인 반면 조병현은 단 2개에 불과하다.
블론 세이브 2개 중 하나가 최근에 나왔다. 조병현은 지난 15일 인천 LG전에서 SSG가 3-2로 앞선 8회 2사 1,2루에서 이로운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이숭용 감독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조병현에게 4아웃 세이브를 맡긴 것이다. 그러나 조병현은 박동원에게 역전 쓰리런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올 시즌 두 번째 블론 세이브였다.

마무리 투수가 가져가알 필수 덕목 중 하나는 설사 지난 경기에서 블론을 저질렀어도 곧바로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에 평정심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야한다는 것이다. 16일 LG전에서 조병현은 전날과 비슷한 상황에 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SSG가 8-7로 앞선 8회, 셋업맨 노경은이 흔들리며 2사 1,3루 위기에 몰리자 이숭용 감독은 또 한 번 조병현을 마운드에 조기 투입했다. 안타 1개만 맞아도 동점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조병현은 자신의 공을 믿었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140km 후반대의 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조병현은 교타자 신민재를 상대로 바깥쪽 높은 코스로 포심을 2개 던졌으나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며 볼카운트는 2B가 됐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 가운데로 던질 법 했지만, 조병현은 자신의 공을 믿었다. 3구째 149㎞ 직구를 다시 바깥쪽 높은 코스에 뿌렸고, 신민재의 배트가 돌았지만 타구는 빗맞아 내야 뜬 공이 되며 이닝을 끝냈다. 조병현은 “힘으로 이겨내고 싶었다”며 “볼카운트가 불리했지만,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팀 타선이 8회말 공격에서 2점을 뽑아줘 10-7, 한결 수월한 상황에 다시 9회 마운드에 오른 조병현은 선두 타자 문성주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오스틴 딘을 중견수 뜬 공으로 잡아냈고, 문보경을 1루수 라인드라이브 병살타로 처리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병현의 ‘4아웃 세이브’에 힘입어 SSG는 전날 역전패를 설욕하며 시즌 성적이 55승 4무 51패가 됐다. 했다. 마침 3위 롯데(58승3무53패)가 삼성에게 1-4로 패해 8연패에 빠졌다. 이제 3위 롯데와의 승차는 0.5경기. 이제 3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조병현은 1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다섯 번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마무리를 통틀어 가장 적다. SSG 코칭스태프가 조병현을 거의 대부분 9회 시작과 함께 올렸다는 얘기다. 이는 SSG가 노경은(22홀드), 이로운(21홀드), 김민(14홀드) 등 양질의 셋업맨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들어 1이닝 이상 소화 경기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조병현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맡겨만 주면 4아웃은 물론, 5아웃, 6아웃 처리도 가능하다. 난 체력에 자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팀 마무리 투수들도 4,5아웃 세이브를 문제 없이 잡아내더라”라며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10개 구단 마무리 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조병현이지만, 겸손한 모습이다. 그는 “나 혼자의 힘으로 거둔 성적이 아니다. 난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마무리 투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 경험이 부족하다”고 몸을 낮춘 뒤 “베테랑 노경은 선배가 항상 많은 도움을 준다. 노경은 선배는 한 시즌동안 마무리 투수로 뛰면 4개 이상의 블론 세이브가 무조건 나온다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줬다”고 투수진 맏형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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