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인 올해 활동 재개
30일 콘서트 앞두고 연습 한창
“우리만의 색 지키려고 했지만
자연스럽게 노래하기로 합의”
“과거 록이 ‘저항’과 ‘반항’을 상징했다면, 오늘날의 록은 ‘위로’와 ‘응원’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어려움을 우리는 겪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세상이 왜 이러지’를 노래하는 것보다는 ‘힘들죠. 괜찮아요. 우리 모두 힘들어요’라는 위로의 말을 전달하고 싶었죠.”
28년 만에 재결성한 프로젝트 록밴드 ‘지니(Geenie)’ 멤버 신성우(58)와 장호일(59), 김영석(57)은 새 앨범 ‘타임 리퍼(Time Leaper)’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4월 발매한 이 앨범에는 ‘거북이’와 ‘로그(Log)’ 두 곡이 실렸다. ‘거북이’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다를 향해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에 비유한 노래다. ‘로그’는 주변의 간섭과 타인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음악연습실에서 만난 셋의 표정은 밝았다. “언젠가 밴드를 다시 해보자”고 자주 이야기를 나눴던 꿈이 이뤄지고 지니란 이름으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게 활력소가 된 듯했다. “2집 앨범까지 냈지만 이후 각자 활동이 많아져 밴드를 중단한 건데, 그게 ‘마침표’인지 ‘쉼표’인지가 정확하지 않았거든요. 저희 스스로도 애매모호했죠. 그래서 밴드를 다시 해보자고 약속했고 지금에 와서 이뤄진 거죠.”
지니는 1995년 멋진 외모에 ‘서시’ ‘내일을 향해’ 등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던 신성우와 세련된 사운드로 젊은 층의 지지를 얻던 공일오비(015B) 장호일, 넥스트(N.EX.T) 이동규가 손잡은 밴드다. 1995년 정규 1집 ‘쿨 월드’를 발매하고 타이틀곡인 ‘뭐야 이건’으로 각종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1997년에는 신성우와 장호일 2인 체제로 재편돼 2집을 발매하고 ‘바른 생활’ ‘재회’ ‘코끼리’ 등으로 인기를 누리다 각자 일이 바빠 밴드 활동을 중단했다.
28년 만에 다시 뭉친 두 사람은 넥스트를 거쳐 노바소닉, 에메랄드 캐슬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김영석을 영입해 지난 4월 ‘타임 리퍼’를 발표했다.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신곡을 들려준 이들은 30일 서울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팬 콘서트 ‘헬로 어게인(hello again)’을 개최한다.
“‘거북이’와 ‘로그’, 과거에 냈던 앨범 수록곡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것 같아요. 특히 저희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바라는 것은 뻔합니다. 신성우가 나오는데 ‘서시’나 ‘내일의 향해’를 안 부르면 안 되죠. 그래서 신성우의 대표곡과 공일오비, 에메랄드 캐슬, 넥스트 등의 노래를 보여드릴 것 같아요.”
28년 만의 재회이지만, 그 과정이 평탄하진 않았다. 신성우는 “수년 동안 뮤지컬을 해서 창법이 뮤지컬스러워졌다”며 “뮤지컬은 공간을 지배해야 하니까 성량과 전달력이 중요하지만, 록은 마이크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창법이 전혀 다르다. 초반에 많이 헤맸다”고 털어놨다.
공일오비와 장호일밴드, 지니까지 3개 밴드에서 활동 중인 장호일은 “남들이 보기에는 엄청 바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여유가 많다”며 “내가 모든 밴드의 프로듀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멤버들과 조율하면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은 밴드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니의 색을 지키고 거기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하지만 굳이 그 색을 지킬 필요가 없을 것 같았고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김영석은 이르면 10월 발표될 신곡에는 에메랄드 캐슬의 느낌도 묻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프로젝트 밴드로 시작했지만 마음은 평생 함께 가야 할 밴드”라며 “어쩌다 보니 데뷔 30주년을 맞아 다시 활동하게 됐는데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고 그게 밴드 지니였죠. 지니를 통해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우리의 음악을 좋아하던 분들은 다시 예전으로 회귀하고, 젊은 분들은 부모님 세대와 저희 음악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며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