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부터 3박6일 일정으로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순방,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공항을 출발해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이 공개한 일본 신문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님과 신뢰와 유대를 구축하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인 상생 협력의 길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는 대립의 측면과 협력의 측면, 공존하면서 용인하는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면서 “서로에게 유익한 바를 최대한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어떤 나쁜 측면 때문에 유익한 면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인 동시에 광복 80주년이다.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다”면서 “양국의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한·일 정치 지도자들에게 늘 중요하지만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 양국이 경제, 문화, 사회,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 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한 이유와 의미를 질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는 제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통화를 했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가장 먼저 양자 회담을 하며, 조속한 셔틀 외교 재개에 뜻을 같이했다”면서 “그 뜻을 실천으로 옮기고자 외교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지리적으로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다. 가치 측면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이자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 아래에서 국제사회의 공통 과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이기도 하다”면서 “저는 이번 기회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일관계에 관한 공동의 선언, 그리고 그에 따른 진정한 새로운 한·일 관계, 발전적이고 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결에 이르지 못한 여러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다만, 문제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이전 정부가 제시한 합의와 해결책을 그대로 답습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대표적인 과거사 문제이고, 또 국민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는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진실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편으로는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임 대통령도 또 전임 정권도 국민이 뽑은 국가의 대표여서 그들이 합의하거나 이미 한 국가 정책을 쉽게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국가 정책에 대한 대외 신뢰를 고려하는 동시에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럴 때 피해자분들과 우리 국민의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양국 간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동력도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정상 차원 셔틀 외교는 물론이고, 통상, 경제안보, 공급망, 신에너지, 기후변화 등 핵심 분야별로 정부 간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민간 차원의 실질 교류·협력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 해제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규제 철폐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일본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 추진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과 일본의 납치자 문제 해결 노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꼭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대화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일관계가 좋다’고 응답한 한국 국민이 과반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은 국가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면서 “우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 저의 신념이자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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