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주택·전세대출 월 10억 한도
다른 시중銀, 대출상담사 영업 중단
스트레스 DSR로 대출 한도도 급감
10월 가계대출 1.5조 증가세 돌아서
추가규제 예상 ‘막차 대출’ 몰린 영향
최근 차담보대출 신청도 2.5배 급증
금융권선 “실수요자 자금 경색 우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개별 대출 한도가 줄어든 가운데 연말로 갈수록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면서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청을 막았고, 지점당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하는 곳까지 나왔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1∼12월 영업점당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한다. 입주자금대출 한도도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줄인다. 다만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은 열어 두고 모집법인별로 월별 한도를 관리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총량 관리 차원에서 연말까지 영업점 판매 한도를 월별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막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 실행분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고, NH농협·하나은행은 11월 실행분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한도가 소진돼 신규 신청을 받고 있지 않다.
정부는 지난 6·27 대출 규제책 발표 때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전 금융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이미 신한·농협은행은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고, 하나(95%)·국민(85%)은행도 목표치가 거의 찼다.

여기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 부동산을 사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개인별 대출 한도도 줄었다. 일례로 연소득 6000만원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30년 만기, 연 4%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2단계 규제에서는 3억64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던 사람이 3단계 규제에서 3억5200만원만 받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한도가 6700만원 줄어든 셈이다.
정부의 연이은 대출 규제로 주춤했던 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오히려 증가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6483억원으로 전월 말(764조949억원)보다 1조5534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971억원 정도로, 8월(하루 약 1266억원)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9월(399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주담대(+7097억원)는 지난달과 비슷하게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8763억원 급증하면서 6·27 규제 전인 지난 6월(+1조876억원) 이후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정부의 추가 규제를 앞두고 한도가 줄기 전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서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이 급증하는 등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규제 시행 이후 약 두 달간 저축은행에 접수된 개인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은 총 24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영업일 기준 일평균 5636건으로, 대출 규제 이전인 올해 1∼5월 일평균 신청 건수인 2230건보다 약 2.5배 늘었다.
이는 최근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1,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자동차담보대출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일평균 취급 건수는 4930건에서 3614건으로 약 27% 감소했고, 상호금융 역시 500건에서 409건으로 약 18%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여러 규제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공급 대책 없이는) 거래 위축과 자금 경색으로 실수요자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