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깊은 자락에서 80년 이상 된 천종산삼 24뿌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는 27일 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자락 암반 지대에서 약초꾼 정모(66)씨가 천종산삼 24뿌리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협회 감정 결과, 이번에 발견된 산삼의 총무게는 152g, 가장 큰 어미삼은 뿌리 길이 40cm가 넘고 나이는 80년 이상으로 추정됐다. 전체 감정가는 1억2800만원으로 책정됐다. 24뿌리의 전체 무게는 152g에 달한다.
정형범 한국전통심마니협회장은 “색상과 형태, 향, 맛이 모두 뛰어나 천종산삼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다”며 “자연이 수십 년에 걸쳐 길러낸 진귀한 산삼”이라고 평가했다.
천종산삼(天種山蔘)은 인삼이나 산양삼처럼 사람이 재배하거나 이식한 흔적이 없는 ‘완전 자생 산삼’을 뜻한다. 통상 4대 이상을 이어 자연 상태에서 씨앗이 퍼지고, 그 후손이 다시 자라난 삼만이 천종산삼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발견 자체가 드물고, 생육 환경 또한 해발 700m 이상의 암반 지대나 낙엽층이 깊은 계곡 등 인적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만 가능하다. 한 뿌리가 성장하는 데 최소 30년 이상이 걸리며, 기후와 토양, 수분 조건이 복합적으로 맞아야 생존할 수 있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는 천종산삼 발견 시 뿌리 형태, 엽수(잎 수), 색상, 향, 뇌두(頭部) 길이, 성장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감정한다. 특히 뇌두의 수와 매년 자란 흔적인 영근 자국의 층수를 통해 대략적인 연령을 추정한다.
이번 지리산 산삼의 경우, 뇌두 8층 이상과 고유의 황갈색 피부, 세근(細根)의 갈라짐 형태 등을 근거로 80년 이상으로 감정됐다. 이러한 천종산삼은 희소성과 약효, 문화적 가치가 인정돼 일반 산양삼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치를 지닌다.
동의보감은 산삼을 ‘심신을 안정시키고, 원기를 보하며, 오장육부를 조화시키는 약초’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천종산삼은 생육 기간이 길수록 사포닌과 진세노사이드 등 유효 성분이 농축돼, 면역력 강화와 노화 억제에 뛰어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천종산삼은 단순한 약재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도 평가받는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천종산삼은 생물다양성과 토착 생태계 보존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채취보다 학술적·자원적 가치 측면에서 보존과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천종산삼의 발견 사례가 늘면서 불법 채취와 허위 판매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는 산삼 감정 등록제와 인증서 발급 절차를 강화해 진위 논란을 줄이고, 정식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형범 협회장은 “천종산삼은 자연의 시간이 빚은 유산”이라며 “발견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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