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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를 봐야 별을 따죠” vs “동기부여 명목 업체 상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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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6 17:59:27 수정 : 2025-11-06 21:09:11
글·사진=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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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6만∼8만원 ‘명문대 투어’ 눈총

사설 업체, 재학생들 연계해 견학
청소년 자녀 둔 학부모들 관심 커
조형물에 낙서·교육환경 등 침해
일부업체, 지침서 준수 안해 피해

재학생 “공식 투어도 있어 부적절
학습권 침해 큰데 업체만 배불려”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1층에 남녀 초등학생 15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선두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멘토 1명이 ‘1조’ 목걸이를 걸고 있었고, 어린이들은 기념품 봉투와 ‘대학 탐방 안내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졸업복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학교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은 대학생 사이로 남자 중학생 5∼6명 무리도 전기자전거를 빌려 타고 지나갔다. 교복 입은 여자 고등학생들도 학내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학교가 진짜 크고 예쁘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서울대학교. 게티이미지뱅크

학생들이 떠난 뒤에는 가이드북들이 교정 내 거리와 벤치 등에 나뒹굴었다. 거기엔 서울대 도서관, 호수, 정문 조형물 등의 역사와 의미가 소개돼 있었다. ‘무슨 과에 다니고 그 과에 진학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서울대에 오셨는지’ 등 멘토에게 묻는 질문도 적혀 있었다. 이 가이드북을 제작한 건 한 사설 업체였다.

최근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견학을 시간당 6만∼8만원을 받고 진행하는 업체가 성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멘토링 업체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투어’를 기획해 2시간30분 동안 학교를 둘러본 뒤 재학생과 일대일로 구내식당을 체험하는 ‘멘토링’을 15만원에 제공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업체는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1∼5명 기준 3시간에 22만원을 받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공식 견학 예약이 어렵다며 사설 투어를 문의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한 후기 게시글에는 “서울대 공식 견학 예약 경쟁률이 치열해 여러 차례 실패했다”거나 “사설 투어도 괜찮은지 궁금하다”는 학부모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학생들은 이런 견학 프로그램이 사설 업체 ‘배불리기’이며 학습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올해 입학했다는 윤지한(20)씨는 “캠퍼스 투어 비용이 어디로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학업을 위한 공간에 관광하러 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명분도 사익 추구이기 때문에 학교와 관련 없는 업체에 수익이 돌아가는 것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최근 사설 캠퍼스 투어 관련 학생 피해 제보를 받았다.

학내 교육 및 연구환경을 침해하거나 해당 공간을 대학 승인 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사례, 정문 조형물에 음담패설·욕설 등이 포함된 낙서 등이 주로 접수됐다. 학생회 관계자는 “캠퍼스 견학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국립대학법인이라는 특수한 지위 때문에 외부 견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학교 측은 ‘서울대학교 캠퍼스 견학 지침서’를 제작해 사설 견학 업체들에 배포했다. 일부 업체가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계속 빚어지고 있다고 학생회는 밝혔다.

이런 견학 프로그램이 명문대 재학생들에게는 ‘용돈 벌이’가 되기도 한다.

 

사회과학대학 소속 교육봉사 동아리에 소속된 황모(20)씨는 올해 4월 ‘멘토’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 황씨는 “초등학생 10명을 대상으로 반나절 정도 견학을 진행하는데, 5만원을 준다고 했다”며 “재학생들이 하는 봉사동아리도 있고, 학교 본부의 공식 투어도 있는데 동기부여라는 이름으로 한 돈벌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방학이 되면 비서울권 고등학교 학생들과 1∼2주 동안 합숙 캠프 봉사를 한다는 하모(22)씨는 “고액을 지불하고 탐방을 한다는데 출처도 불분명한 사설 업체들이 과도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것 같다”며 “재학생들에게 주는 돈이 적어 다들 한두 차례 하고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학 진학에 대한 동기부여조차 돈으로 해결하면서 정보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혜 국민대 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이 대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서비스가 있으면 기꺼이 돈을 내고서라도 이용하고 싶은 것”이라며 “오히려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방문을 독려하고 입학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선 주변에 대학도 많지 않고, 대학을 다닌 지인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며 “정말 필요한 학생들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고, 이런 곳에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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