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의 무게가 3.65kg입니다. 사람 체온 36.5도와 숫자가 같아요. 연탄의 무게가 사람 체온과 닮았다고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습니다. 밥상공동체 연탄 은행 정윤아 간사가 연탄 나르기 자원봉사자들에게 연탄 무게 얘기를 꺼내며 간단한 주의사항을 언급한다. 수도권 직장인들로 구성된 ‘온새미로’ 자원봉사단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마을을 찾았다. 아직도 연탄을 때는 마을이라 배달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13일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서울의 연탄사용가구는 1129가구다.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방배동, 서대문구 홍제동 등에는 아직도 연탄을 때는 가구들이 있고 따스한 온정도 이어지고 있다.
“도움을 주시는 분이 많아 겨울 난방비 걱정 없이 보냅니다. 물론 연탄이지만요. 저희 집은 9월부터 연탄을 때기 시작해요. 여긴 지대가 높아 추워요. 10월부터는 거의 연탄을 땐다고 보시면 돼요. 아궁이가 3개라 하루에 9장씩은 땝니다. 연탄 가격을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1000원이 넘었나요. 가족 수에 맞춰 지원을 해주니 가족이 많으면 아무래도 연탄 수가 많아지겠지요. 감사한 마음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집에까지 가져다줘요. 초등학생도 봉사활동하러 오는데 고맙기도 하지만 꼭 손주들 같아 마음 한편이 짠~합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보온재로 많이 보강해 겨울나기가 조금은 나아요.”
“저흰 하루에 8장씩 때요. 우리 집은 보온재 보강이 잘 안 돼 겨울엔 외풍이 세거든요. 코가 세~하고 입김이 나요. 여름도 힘들고 겨울도 힘들지요. 자원봉사자들이 연탄을 날라줘 걱정 없이 겨울을 납니다. 지금은 부족하지 않게 때는데 5, 6년 전에는 지원해 주시는 연탄이 부족해 사다 쓰기도 했지요.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비어있는 집이 생기면 연탄이 그대로 쌓여 있기도 해요. 어떻게 활용을 했으면 하는데… 연탄은 오래되면 물러져 안 좋아요.”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주민들의 말이다. 각 집안의 사정은 다 달라도 주변 온정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같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 한 장당 가격은 900원이다.
“숯불로 돼지갈비도 굽고 삼겹살도 구웠는데 10여년 전부터 연탄으로 바꿨어요. 불판 설거지가 너무 힘들어 연탄 구이로 바꿨는데 지금까지 합니다. 지난해 12월엔 노포 맛집으로 지정도 됐지요. 단골도 많지요. 경찰들도 많이 드시러 오고요. 맛집입니다. 여름과 겨울, 밖에서 연탄에 고기 굽는 게 힘들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시니 괜찮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연탄으로 고기 구워 장사할 겁니다.” 경동시장 한편에 자리 잡고 연탄에 돼지갈비를 구워주는 가게의 사장님 말이다. 가게에서 구매하는 연탄 한 장 가격은 배달 인건비 포함 1500원이라고 귀띔한다. 연탄의 사용처는 다양하다. 일반 가구들도 사용하지만, 연탄을 사용하는 가게도 꽤 많다.
“아니 우리 집도 연탄 지원 좀 해달라니까~ 겨울이면 너무 추워. 연탄이 많이 필요한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 부족한 집은 부족하고 넘치는 집은 넘치고 어떻게 좀 해주면 좋겠어.” 연탄 나르기 자원봉사가 한창인 상계동 희망촌 한 주민이 하소연한다.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이 문을 닫은 지도 1년이 넘었다. 공급처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연탄사용가구가 남아있다. 길게 세로로 뚫린 22개의 구멍을 가진 연탄은 뻥 뚫린 구멍만큼 깊게 깊게 산소를 빨아들여 마지막까지 열기를 낸다. 하얀 재가 될 때까지 자신을 불태우는 연탄처럼 사랑의 온기도 마지막 한 가구까지 여전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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