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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25 전쟁 영웅 랠프 퍼켓 대령 동상 제막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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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3 15:04:11 수정 : 2025-12-03 15:17:59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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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에서 모두 최고 무공훈장 받아
2023년 ‘6·25 전쟁 10대 영웅’ 뽑히기도

한·미 양국에서 모두 최고 무공훈장을 받은 미국의 6·25 전쟁 영웅 랠프 퍼켓 주니어(2024년 별세) 전 육군 대령의 동상이 세워져 대중에게 공개됐다. 고인은 6·25 전쟁 당시의 공훈으로 2021년 미국에서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데 이어 2023년에는 한국의 무공훈장 중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태극무공훈장을 수훈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육군 기지 포트 베닝 안에 세워진 랠프 퍼켓 주니어(1926∼2024) 전 육군 대령의 동상. 실제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동상으로, 군복 차림의 퍼켓 대령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SNS 캡처

국가보훈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는 2023년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 백선엽 장군 등과 더불어 고인을 ‘6·25 전쟁 10대 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3일 미 육군에 따르면 지난 11월 25일 조지아주(州)의 육군 기지 ‘포트 베닝’에서 퍼켓 대령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조지아주는 퍼켓 대령의 고향이고, 포트 베닝은 퍼켓 대령이 군인 시절 깊은 인연을 맺은 미 육군 제75레인저연대가 주둔한 곳이다.

 

1926년생인 퍼켓 대령은 일찍이 군인의 꿈을 품고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 1949년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했다. 이듬해인 1950년 한국에서 6·25 전쟁이 터지자 그는 레인저 부대 지휘관 요원으로 발탁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에 처음 등장한 레인저는 일종의 특수부대로, 빠르게 기동하며 기습 공격을 퍼붓는 것이 특징이다.

랠프 퍼켓 주니어(1926∼2024) 전 미국 육군 대령. 6·25 전쟁 당시 중위로서 레인저 부대를 지휘하며 숫적으로 우세한 중공군의 파상 공격으로부터 미군 진지와 부하들을 지켜낸 공로로 2021년 명예훈장을 받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50년 11월 당시 중위 계급이던 퍼켓 대령은 평안북도에 있었다. 상부에서 “레인저 부대를 이끌고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를 점령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그곳에는 미군보다 10배가량 많은 중공군이 버티고 있었으나 퍼켓 대령은 용감하게 공격을 감행했다. 오른쪽 발과 등, 왼쪽 어깨 등을 크게 다쳐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도 치료·후송을 거부한 채 병사들을 지휘했다. 퍼켓 대령 덕분에 미군은 6차례에 걸친 중공군의 대규모 반격을 막아내고 고지를 사수할 수 있었다. “나를 그냥 내버려 두라”는 명령을 어기고 부하들이 그를 구출해 병원으로 이송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수훈십자상(Distinguished Service Cross)을 받은 퍼켓 대령은 한국을 떠난 뒤에도 미 육군에 계속 남아 1971년까지 복무했다. 그 사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으며 계급은 대령까지 올라갔다. 2021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퍼켓 대령의 공훈을 재심사한 뒤 수훈십자상에서 명예훈장으로 훈격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백악관에서 훈장 수여식이 열렸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퍼켓 대령의 목에 훈장을 걸어주는 광경을 문 대통령이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후 2023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한국 정부도 그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2021년 미국 백악관에서 6·25 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켓 주니어 전 육군 대령(가운데)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 직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부터), 퍼켓 대령,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4년 4월 퍼켓 대령이 97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 한국은 물론 미 언론도 “6·25 전쟁 명예훈장 수훈자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참전용사가 세상을 떠났다”고 대서특필했다. 당시 미 연방의회는 고인의 유해가 의회 의사당 중앙 로툰다홀에 안치돼 조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이번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 지니 퍼켓은 “이 동상은 제 남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지 보여주는 경이로운 기념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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