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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계엄 단죄에 덮인 경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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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4 22:36:26 수정 : 2025-12-04 22:36:26
김승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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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위헌적 비상계엄에 동원돼 국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2·3 비상계엄 1년을 이틀 앞둔 1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계엄 사태 이후 경찰청의 첫 공식 사과였다. 지난해 12월3일 밤 국회 앞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를 해야 할 의원들을 막아섰던 경찰을 우린 기억한다.

김승환 사회부 기자

과오를 씻고자 하는 경찰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모양이다. 경찰청은 최근 유 직무대행을 단장으로 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경찰 내 12·3 계엄 관련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계엄 관련 사전 모의·실행·사후 정당화·은폐에 참여했거나, 물적·인적 방법으로 동조한 경우까지 조사한단 계획이다.

경찰 내 시선이 고울 수만 없다. 자칫 ‘헌법존중’이란 대의가 특정 인사를 찍어내는 데 오용될 수 있어서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인사가 계속 미뤄지다 내년으로 넘어간다는 전망이 나오는 터다. 인사 경쟁이 투서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 애초에 현시점에 TF를 띄운 게 ‘물갈이’ 포석이라 대개 보고 있다. 이미 용산에서 경찰로부터 인사 명단을 보고받고 돌려보냈다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계엄 1주년 당일인 3일 특별성명을 내고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했다. “정의와 상식에 기반해, 법률과 도덕에 기반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통합 이전에 ‘단죄’가 선행돼야 한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정조준한 건 내란 재판이나 특검이지만, 경찰을 포함해 공직사회를 겨냥해 돌아가고 있는 헌법존중 TF에도 힘을 실어준 셈이다. 경계해야 할 건 단죄가 ‘정의’의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단죄는 ‘과거의 잘못’을 겨냥한다. ‘미래의 잘못’은 단죄의 일이 아니다. ‘개혁’의 과제다. 단죄가 ‘한풀이’가 되지 않기 위해선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서도 과오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정의로운 통합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합당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한 것도, 유 직무대행이 사과를 하면서 “경찰 활동 전반에 시민에 의한 통제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모두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경찰만 놓고 볼 때 지금 개혁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정부 국정과제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등 경찰 개혁을 내걸긴 했지만 국회든, 경찰이든 계속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경위 실질화나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모두 경찰 스스로는 물론 경찰권을 틀어쥐고픈 집권 세력 입장에선 제 발에 족쇄를 거는 일이다. 그러니 이재명정부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기재된 ‘경찰의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 강화’란 문구나, 경찰 수장의 입에서 나온 “시민에 의한 통제장치”란 말만으로는 그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

거기다 제도 개혁은 단죄처럼 ‘도파민’ 터지는 일도 아니다. 한동안 경찰 안팎이 ‘헌법존중’이란 칼날에 정신이 팔릴 테다. 피를 본 누군가는 ‘복수의 칼’을 갈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국회가 지금 당장 경찰 개혁을 위한 발걸음을 떼지 않고선 정의로운 통합을 담보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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