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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위기의 女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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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4 22:36:51 수정 : 2025-12-04 22:36:49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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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교육기관인 대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 인권이 일찍이 발달한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반전 시위에 앞장서온 명문 컬럼비아대도 1983년까지 여성의 학부 입학을 불허했다. 컬럼비아와 함께 아이비리그를 대표하는 프린스턴과 예일은 1969년, 하버드는 1977년까지 ‘금녀’ 전통을 이어갔다. 문을 열고도 처음엔 노골적인 차별이 여전했다. 268년 동안 남학생만 다녔던 예일은 문호 개방 후 1972년에 가서야 ‘여성 신입생 최대 200명’ 제한을 풀었다.

이들 명문대가 문호를 개방한 데는 경쟁 학교에 우수한 남학생을 뺏기지 않으려는 현실적인 유인이 크게 작용했다. 예일은 1943년부터 여대인 래드클리프 칼리지와 공동 수업을 시작한 하버드와의 경쟁에서 꽤 고전해야 했다. 남성만 득시글거리는 예일보다 여학생과 수강할 수 있는 하버드가 매력적이어서다. 하버드는 77년 래드클리프를 흡수했다. 여학생도 이들 명문대를 비롯한 남녀 공학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1960년대 최대 281개였던 여대는 2024년 26개로 쪼그라들었다.

우리나라 여대도 1990년대 들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남녀 공학 전환에 속속 나섰다. 저출생으로 빚어진 학령인구 감소와 산학·연구 성과를 비롯한 이공계 약세에 따른 저조한 취업률, 유학생 유치 경쟁 열세에 따른 재정난 등이 여대 기피를 불렀다. 성심여대(가톨릭대)와 효성여대(대구가톨릭대), 상명여대(상명대), 부산여대(신라대)가 전환을 마쳤고, 그제 동덕여대도 2029년부터 남학생도 선발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이 공학 전환과 관련해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 동덕여대의 강점은 ‘여대’보다 ‘서울 소재’가 더 크게 인식된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대의 소명이 끝났다는 판단은 섣불러 보인다.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을 주류 대열에 올렸던 만큼 다른 소외층을 보듬어 사회 진출을 돕는 데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동덕여대는 학생들과 사전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공학 전환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남녀 공학이 되더라도 그간 여대로서 여성 차별 시정에 앞장서 온 유산도 존중받아야 학생들이 수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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