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군의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됐다. 미국은 마약 대응을 작전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 세계는 이미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직후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차지할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자국 이익을 위한 행동일지라도 적절한 명분을 동원하는 것이 상식이었던 그동안의 국제정치에서는 금기시돼 온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은 명분 대신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노골적 이익중심외교(Naked Self-interest)’를 국제정치의 중심 흐름에 끌어들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전쟁 등 특수상황에서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전술로만 기능했으나,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체포작전을 기점으로 콜롬비아·쿠바에 대한 압박과 그린란드 병합 본격화 등 속도전을 시작하며 이 기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전후 국제질서는 이제 우리를 겨누는 무기가 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주요 인사들은 기존 국제관계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수차례 노출했다. 베네수엘라 작전 이후로는 더 거침이 없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5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적 규범 등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현실세계는 힘과 강압,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라며 작전 성공이 만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런 자신감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노골적 이익중심외교가 가지고 있는 ‘함정’ 때문이다. 명분에 기대지 않은 이익 추구는 반드시 구성원 간 충돌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익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서다. 심지어 같은 트럼프 진영 내에서조차 특정 정책에 이익을 얻는지가 엇갈리곤 한다. 벌써 이번 체포작전을 두고 마가(MAGA) 진영 내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가 진영 대표인사였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미국인들은 우리 정부의 끝없는 군사적 침략과 해외 전쟁 지원에 혐오감을 느낀다”며 날 선 비판을 날렸다. 지금은 루비오 장관 등 확장주의 세력의 목소리가 크지만, 진영 내부 힘의 균형이 다른 쪽으로 바뀐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이는 트럼프식 노골적 이익중심외교가 일관성을 갖지 못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함정에 빠질 경우 세계질서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의 욕망이 노골적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욕망의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결국 미국 중심 세계질서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에게도 커다란 숙제가 주어졌다. 미국의 변심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수가 된 시대에 그들의 욕망이 어디로 튀든 흔들리지 않을 국익을 위한 냉철한 판단력과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인의 변심까지 계산해야 하는 고독하고도 냉혹한 국제질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6년,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남산 케이블카 64년 독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8/128/20260108517225.jpg
)
![[기자가만난세상] 탈모가 생존 문제라는 인식](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2/05/13/128/20220513513395.jpg
)
![[삶과문화] 클래식 음악 앞에 긴장하는 당신에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3/02/10/128/20230210519107.jpg
)
![[박일호의미술여행] 솟아라, 희망과 활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8/128/20260108517164.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