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英 등 세계 120개국 이미 시행
당뇨·비만 등 질환 국민적 관심 높고
공공의료 재원 마련에도 효과적 판단
유통계선 “제품값 상승분 소비자 부담”
野 “혈세 퍼주더니 재정부담 커져” 비판
與, 2월 토론회 열고 입법 밑작업 착수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에도 담배처럼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설탕 부담금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데다 공공의료 등 재원 마련에도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전체 소득에서 식료품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부담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민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담긴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설탕 부담금은 그간 도입 여부가 꾸준히 논의됐던 제도다. 궐련형 담배 20개비당 841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담배처럼, 설탕도 건강을 해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부담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금은 재정수요 충당을 위해 일반에 부과하는 일반 세금과 달리 특정 공공서비스 창출이나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특정인에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을 지닌다.
앞서 2021년 강병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추진된 바 있지만, 부담금 도입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반대 여론이 일고 관계 부처도 난색을 표하면서 흐지부지됐다. 22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다음달 12일 ‘설탕 과다 사용부담금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입법 밑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이 나서 의제를 던진 건 설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로음료 등으로 설탕을 멀리하는 문화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달리기 경험이 있는 인구는 전체의 6.8%로 전년 대비 6.3%포인트 급증할 정도로 건강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 5년 전보다 설탕세에 대한 저항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해외 주요국들도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사업단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20여개국이 설탕세 또는 그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해 설탕 함유량이 높은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과세 대상 청량음료의 설탕 함량이 약 47% 줄어 도입 성과가 확인됐다.
설탕 부담금이 도입된다면 운용 방식은 현재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원과 건강검진 지원, 금연 지원 서비스 등에 사용된다. 설탕세도 이와 마찬가지로 국민건강증진기금에 편입돼 기존 사업지원이 두터워지거나 설탕에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비만 예방사업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만 각종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소득과 상관없이 설탕을 소비하는 계층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인 만큼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과 내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통업계는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논의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설탕세가 현실화할 경우 원가나 가격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설탕이 주원재료인 음료·제과·가공식품의 경우 세금 부담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저당·무당 제품 개발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설탕세 도입은 음료 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유사한 제품의 물가를 같이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어서 결국 내수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며 “도입 취지가 좋다고 제도 효과가 좋은 건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정교하게 정책을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퍼줄 때는 재정건전성을 외면하고 곳간이 비자 국민 생활영역부터 건드리는 모습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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