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전파·민간 외교 활동 톡톡
얼어붙은 남북관계 온기 역할도
개별 DB 구축해 맞춤 정책 추진
인구절벽 속 청년 귀환 적극 지원
청사 이전 미정… 현재는 보류상태
차별 없는 포용적 동포정책 실현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재외동포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어느 분야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맞춤형의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을 돕겠습니다. 특히 동포 청년들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사는 재외동포는 약 700만명. 각 거주국 사회를 떠받치는 구성원이자 한국에 뿌리를 둔 ‘대한민국의 동반자’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재외동포가 우리가 가진 든든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이자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국 한국이 재외동포 보호, 동포사회의 권익 증진을 뒷받침하고, 때로는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설립 3년차가 된 재외동포청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과제지만 지난달 3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재외동포청사에서 만난 그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2026년을 맞은 듯 보였다. 청사 이전 문제로 인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었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국제정세가 불안해 재외동포 보호가 중요 현안이 됐다.
“‘해외위난에 처한 재외동포 지원 지침’에 따라 재난 발생 시 동포사회가 조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4년 쿠바 허리케인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을 때 발전기와 유류를 지원했고, 2025년에는 미얀마·과테말라 지진, 태국 홍수에 구호물품과 전력 용품을 보냈다.”
―‘재외동포 DB 구축’ 계획이 눈길을 끈다.
“그간 재외동포 정책은 전체 통계 중심이라 개별 수요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재외동포 DB를 구축해 맞춤형 정책을 펼치려 한다. 동포 역량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들이 어느 분야에, 얼마나 있는지조차 지금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외동포를 인적 자산으로 보는 건가.
“지금까지 재외동포를 관리나 지원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냉전시대의 시각이다. 이제는 한류 전파자, 수출시장 개척자, 민간 외교관 등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모국과 함께 가는 동반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재외동포의 구체적인 역할은.
“세계 곳곳의 동포들이 한류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베트남에서는 K마트를 120개 넘게 운영하며 한국 식품 수출에 기여하는 사례가 있다. 흥미로운 사례로 일부 국가 동포들은 북한 방문이 가능해 (북한 역점 관광단지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미주 동포들은 이산가족 상봉 지지 활동을 해왔다. 동포사회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바늘구멍’을 만들 수 있다.”
―올해 신설한 ‘귀환동포정착지원과’는 어떤 역할을 하나.
“현재 귀환동포는 약 86만명이다.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빠르게 정착해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기여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제도를 설계할 것이다. 귀환동포들이 생애 주기별로, 분야별로 맞춤형 지원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려 한다. 우리가 직면한 인구절벽,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외동포 청년 인재유치·정착지원사업’도 새로 만들어 시행 중이다. 우수한 동포 청년을 대상으로 학업, 취업, 지역 정착을 연계한 통합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동포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할 때 크게 느끼는 불확실성과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학업-취업-정주를 연계해 지원해 가려 한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 돌아오는 동포들이 늘고 있나.
“그렇다. 저출생, 인구감소 상황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포 인재를 우선 국내로 유인하고, 정착시키는 게 사회통합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겠나. 청년 인재유치가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재외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이 있는지 전 부처에 점검을 요청했다. 주로 중국 동포를 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고 고액의 의료혜택을 받는다,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업을 쉽게 한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오해가 방치되면 국제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재외동포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24시간 소통플랫폼인 ‘동포ON’을 운영 중이다. ‘이달의 재외동포’를 선정하고, 홍보를 지속해 재외동포의 모국 기여 사례를 꾸준히 알리고 있다. ‘찾아가는 재외동포 이해교육’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재외동포 선거 참여 확대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재외선거는 2012년 시작됐지만 현실적 제약이 컸다. 재외동포 참정권이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주인인 우리 국민이 어느 곳에 있든지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제도 개선을 이루겠다. 우편투표나 전자투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리투표 우려나 제도 안정성 문제가 있지만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활동을 시작한 만큼, 올해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를 확대하고 재외동포들의 제도 개선 요구를 적극 전달하겠다. 재외선거는 230만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그는 청사 이전을 두고 인천시와 갈등을 벌이며 속을 끓이고 있다. 송도 청사를 방문하는 재외동포들이 지속적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불편을 호소하고, 청사가 입주한 건물주가 매년 임대료를 인상하겠다고 해 대안 마련 차원에서 이전을 검토했다는 게 김 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직접 나서 이전 불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유 시장은 인천국제공항과의 접근성, 한국 이민사의 상징성 등을 근거로 인천이 최적지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서울로 청사를 이전하려는 것인가.
“작년 말부터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했다. 청라 등 인천 내 다른 지역의 건물들도 알아봤다. 서울 광화문 이전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서울 이전이 확정된 것처럼 단정했다. 인천시에서 (접근성, 임대료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여기 남겠다는 입장이었다. 인천시는 청사 유치 때 공언했던 셔틀버스 등 재외동포들의 송도 접근성 개선 등의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 지금은 인천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의원들과 면담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단은 이전 검토를 보류한 상황이다.”
김 청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7년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재외동포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재외동포청이 외교부 외청으로 공식 출범한 것은 2023년이다. 그것이 인연이 돼 청장으로까지 부임한 그가 보는 재외동포청의 현재는 어떨까.
“아직 완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동포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분명히 강화되고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와 국정과제에 재외동포 정책이 공식 포함된 것은 동포사회에 대한 정부의 인식전환을 보여주는 변화다. 재외동포청을 중심으로 재외공관, 관계 부처와의 협업 구조를 마련하고 있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소통채널을 상시화하고 있다. 동포 정책이 공급자인 행정부의 편의가 아니라 수혜자인 동포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적·병역·교육·복지 등 동포 정책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조정에 한계가 있다. 정책이 단절되거나 속도가 더디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차별 없는 포용적 동포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아울러 재외동포 DB 구축과 재외동포 인증제 도입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재외동포협력센터 통합 문제 역시 효율적인 방향에서 검토해, 동포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재외동포 업무는 현재 법무부·복지부·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만큼,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취지에 맞게 향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에도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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