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상대 젠슨 황 이어 韓에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 MOU
이재용 회장과 만찬 회동 가져
2년 전엔 하이닉스·TSMC에 밀려
李 ‘사법리스크’ 털고 경영 전면에
2025년 R&D에만 37조원 쏟아부어
AMD 가속기에 삼성 HBM4 탑재
엔비디아 그록3에 파운드리 공급
반도체 호황 힘입어 경쟁력 회복
인공지능(AI)의 ‘황제’나 ‘대부’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반도체 여왕’인 AMD의 리사 수 CEO가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유대를 강조했다.
18일 한국에 온 리사 수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 양사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14년 AMD CEO에 취임한 후 처음 방한한 그는 앞서 첫 행선지로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를 찾아 최수연 대표와 만난 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찾았다. 평택 공장을 둘러본 수 CEO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만나 차세대 AI 메모리, 컴퓨팅 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AMD는 HBM4(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부터 메모리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함께하는 동맹으로 거듭난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AMD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용 GPU에 자사가 만든 HBM4를 본격 탑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업계에선 중앙처리장치(CPU) 등 일부 물량에 국한됐던 파운드리 위탁생산이 차세대 AI 칩 등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 부문장은 “삼성과 AMD는 AI 컴퓨팅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번 협약으로 양사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 CEO는 19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을 만날 예정이다. AI PC와 스마트폰 온디바이스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삼성전자와 인연이 깊은 기업이다. 2007년부터 20년간 그래픽과 모바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해왔다.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을 방문해 직접 수 CEO를 만날 정도로 공들인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깐부치킨 회동’으로 유명한 젠슨 황 CEO를 비롯해 수 CEO 등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움직이는 거물급 경영자들이 직접 한국까지 와 이 회장과 마주앉는 건 그만큼 삼성전자가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AI용 반도체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파운드리(위탁 제조)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삼성전자는 반드시 붙잡아야 할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황 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삼성전자에 감사하다”고 발언하고, 수 CEO가 방한해 구애하는 장면을 보고 반도체 업계에서도 ‘삼성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2년 전, 삼성전자는 HBM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등 주의’를 고집하던 삼성전자의 부진에 ‘삼성 쇼크’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환골탈태했다. 이 회장은 직접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세일즈 활동에 나섰고,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만 37조원을 쏟아부으며 기술력 회복에 올인했다.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58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평균 보수액이었던 1억 3000만원보다 2800만원(21.5%) 증가한 수치다. 기술 투자와 인재 확보전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경쟁력도 되살아났다.
HBM분야에선 경쟁사를 따돌리며 ‘기술 경쟁’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올해 초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했다. GTC 2026에선 7세대 메모리인 HBM4E까지 공개하며 물오른 기술력을 과시했다. 현재 주력 상품인 HBM3E 시장 점유율은 밀리지만, 추후 HBM4E 시장에선 점유율을 상당히 끌어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이 경쟁사 대비 낮아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파운드리 사업부도 부활의 기지개를 켠다.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2나노 공정이 안착하며 고객사를 끌어 모으고 있다. 테슬라와 22조원 규모 AI 칩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애플의 이미지센서용 칩 수주도 성공했다. 또 엔비디아의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도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한다. 현재까지 주요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만 그록3의 생산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회복하자 고객사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현재 반도체 주요 고객인 글로벌 빅테크들은 고질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메모리와 위탁생산의 경우 맡겨야 할 기업이 아예 달라 절차가 번거로운 상황도 빈번하다. 삼성전자가 타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뽐내는 배경이다. HBM과 파운드리 사업, 반도체 패키징까지 모두 한 번에 가능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로직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 회사로 평가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시간 싸움이라 주문과 함께 고객사가 원하는 칩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게 필수”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해 한 번에 칩을 만들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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