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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상 원하면 전화하라”… 이란 “해협 개방·종전 후 핵 논의”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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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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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협상 놓고 치킨게임 양상

美, 유가 크게 올라 고통 겪고
이란 역시 경제난 시달리지만
양측 모두 ‘시간은 내 편’ 인식
전문가 “단기충돌보다 더 위험”

美, 대면 접촉 차단 속 이란 압박
셈법 충돌… 교착 장기화 가능성

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되면서 양국 간 군사적 대치 상태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대면 협상 가능성을 차단하며 이란과의 협상을 전화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우선 개방하고 종전을 선언한 뒤 추후 핵 협상을 이어가자는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한쪽이 이길 때까지 서로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치킨게임’ 형국이다.

 

오만 찾아간 이란 외무장관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오만 술탄(왼쪽)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26일(현지시간) 악수하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 방문을 마친 뒤 이날 파키스탄과 러시아를 연달아 순방하며 주변국, 중재국과 함께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할 만한 방책을 찾고 있다. 오만 국영 통신(ONA) 제공, 신화연합뉴스
오만 찾아간 이란 외무장관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오만 술탄(왼쪽)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26일(현지시간) 악수하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 방문을 마친 뒤 이날 파키스탄과 러시아를 연달아 순방하며 주변국, 중재국과 함께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할 만한 방책을 찾고 있다. 오만 국영 통신(ONA) 제공,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전화로 진행하겠다. 그들(이란)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며 “사람들(미국 협상 대표단)을 18시간이나 여행하게 해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파키스탄 측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협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이란을 압박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란은 협상 교착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주변국, 중재국과 함께 대안을 찾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오만 방문 뒤 파키스탄을 찾았고, 곧바로 러시아로 이동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러시아에 도착해 “이전 회담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음에도 미국의 접근법과 과도한 요구, 그리고 잘못된 전략 때문에 회담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일주일 넘게 이어온 협상장 주변 봉쇄를 해제했다. 당분간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이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은 입장차가 극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등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합의해 교착상태를 타개하자는 제안을 파키스탄 측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미 액시오스가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제안을 실제로 검토할 의향이 있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매체는 짚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 모두 ‘시간은 내 편’이라고 여기며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전쟁이 자신의 ‘정치 생명줄’과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여기고 있어 ‘버티기’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란 내 의사결정을 사실상 장악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강경파는 미국에 굴종적인 협상을 하게 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여긴다. 또 3~6개월은 버틸 수 있으며,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규모 이란 반정부 시위 사태가 보여줬듯이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정권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가 길어지면 이란도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져 큰 경제적 압박이 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 역시 먼저 이란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란에 많은 것을 양보할 경우 전쟁을 일으킨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미국도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로 이란에 경제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이란 선박 봉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이라며 “막대한 석유가 쏟아지는 송유관이 있을 때 어떤 이유로든 컨테이너나 선박에 계속 실을 수 없어 그 라인이 막히게 되면 그 관은 기계적 요인으로 지하에서 내부 폭발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 사흘밖에 안 남았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헌법상 전쟁 선포권을 가진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란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에 ‘전쟁 시한’이 변수다. 5월1일이면 의회의 승인 없이 전쟁을 할 수 있는 ‘60일’ 시한이 끝난다.

 

이란의 전 부통령 출신 정치학자 사산 카리미는 뉴욕타임스(NYT)에 “전쟁은 멈췄지만 영구적 해결책은 없는 상태”라며 “이 상황이 단기 충돌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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