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환 목표 韓 ‘시간표’와 달라
대북 억지력 등 군사 역량 기준 삼길
미국 의회가 이재명정부가 속도를 내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엄격한 조건을 달고 나섰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전작권 전환에 까다로운 견제장치를 담은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초안을 최근 본회의에 제출했다. 전작권 관련 조항은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도 포함됐지만 이번 초안에는 내년 3월부터 2030년까지 90일마다 미 전쟁부 장관이 전작권 전환 로드맵 이행 상황을 의회에 정기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새로 생겼다. 여기에 미 합참의장과 인도·태평양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각각 ‘독립적 군사 위험 평가’를 진행해 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미 의회가 전작권 이행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직접 통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전작권 감시에 나선 것은 전작권이 군사적 억지력 대신 정치적 성과나 명분만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다. NDAA는 국방예산 집행에 관한 법안으로 규정절차가 충족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 푼도 예산을 쓸 수 없다. 올해 법안에는 지난해와 달리 ‘합의된 계획에서 벗어날 때만 인증을 받는다’는 문구마저 삭제됐는데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더라도 무조건 의회의 검증과 인증 절차를 거치라는 얘기다.
미국도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전작권 전환에 더 적극적이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의 속도 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내일 당장 전작권이 전환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임기 내 조기 환수 의지를 피력했다. 군 당국도 전작권 전환을 군사적 검증보다는 정상 간 ‘정치적 결정’이 우선하는 사안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미국의 시각은 냉정하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안보 수장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8일 “정치인이 개입해 이 사안(전작권 전환)을 군의 전문 영역 밖으로 끌어낼 때마다 엉망이 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적 지침이나 정치적으로 강요된 일정이 아니라 군인들에 의한 전문적 전환이어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와이레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적이 악용할 수 있는 허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조건에 기반한 접근 방식을 한국에 꾸준히 강조해 왔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미 조야의 이런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미는 한국군의 한미연합군 작전지휘능력, 북핵·미사일 초기 대응 능력 구축, 동북아 안보환경 등을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합의했다. 세부조건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현재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3단계 중 2단계 검증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말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환수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려 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1분기를 제시한 상황이다. 서로 시간표가 다를 때는 서두르지 않는 게 현명하다. 전작권은 한국의 안보에 결함이 없도록 완벽한 시점에 전환해야 마땅하다. 가뜩이나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하고 북·중·러의 결속으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 아닌가.
전작권 전환은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오로지 군사적 역량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명분만 앞세운 조기전환은 안보 공백과 적대국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려면 우리 군이 조건을 충족하도록 역량을 키우면 된다. 임기 내 전작권을 돌려받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앞서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균열 내고,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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