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 ‘원점 재검토’ 촉구
구미시장, 산업 용지 ‘1000원 공급’ 제시하기도
용인에선 ‘전공정’ 호남 갈 가능성에 불안 고조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의원 25명 전원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역할은 기업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반도체 호남 투자는) 영남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같은 날 김장호 구미시장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며 산업 용지를 평(3.3㎡)당 1000원에 공급하는 지원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400조원 이상의 민간자금이 투입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규모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영남권에선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전북은 호남에서 배제됐다는 토로가 나온다. 그간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사활을 걸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준비해온 경기 용인에선 후공정을 넘어선 전공정까지 호남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에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전국적인 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전공정까지 호남으로 가나
26일 재계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 반도체 투자와 관련)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달라”고 한 뒤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지만 수도권이 이미 전력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는 만큼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호남 등 남부권이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후 광주에 지역구를 둔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해 같은 달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은 비수도권에 한해 국가가 용수·전력과 국유지를 최대 100%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때부터 호남 지역 유치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호남지역이 본격적으로 양사의 투자지역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한 달 남짓이다. 특히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이 대통령과 단독 회담에 나서면서 미래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을 주도할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가 호남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기 시작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인프라와 인력 확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후공정 공장을 중심으로 호남지역 투자안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넣는 미세공정 과정이고, 후공정은 제조 공정을 거친 반도체 칩을 완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후공정의 경우 전력·용수·인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투자 규모 역시 수조원 정도로 제한적이다.
최 회장은 30일 전남광주통합시 출범 행사에 맞춰 광주를 방문해 반도체 팹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역시 다음 달 2일 충남 아산을 찾아 전남광주 팹 건설 계획과 함께 충남 지역 패키징 공장 투자안을 공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투자두고 들불처럼 번지는 반발
갈등은 여권 내부에서 조차도 빚어졌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김의겸 의원은 이날 “‘용인 몰빵’의 부작용이 ‘광주 몰빵’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나눠서 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고, 전날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전북 내 국회의원 9명도 국회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전북 차원의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북을 배제한 투자 검토는 현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운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진정한 균형발전이 되려면, 30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광주·전남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북을 포함한 분산 배치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충청권에서도 광주·전남 지역에 공업용수가 부족할 경우 충청에서 끌어갈 것이란 말이 나오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으로 지정된 용인의 반발도 거세다. 반도체 팹은 투자할 때 수십조의 금액이 들어간다. 전공정을 호남에 지으려면 결국 용인에 조성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겨야 한다. 아무리 돈을 쓸어담는 반도체 기업이라도 용인에 이어 또 호남에 팹을 짓기는 힘들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호남 전공정 투자 요구를 두고 “지방선거 과정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프로젝트를 좌초시키려는 시도가 선거 이후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 그런 움직임이 시작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국가가 추진하는 핵심 산업 프로젝트”라며 “전력 공급 문제 역시 정부와 관계기관이 이미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인 사안인데, 이를 근거로 사업 자체를 흔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인 지역 전력이 부족해, 전력이 풍부한 호남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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