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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도 결집 “트럼프” 연호… ‘미국인 축제’가 정치집회 변질 [美 건국 2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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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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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념행사 사유화 논란
폭염 여파 퍼레이드·에어쇼 취소
비바람에 2시간 연기 끝 본행사
트럼프 “우릴 막을 방법은 없다”
수천명 참석자들 함성으로 화답

기네스북 오를 역대급 불꽃놀이
“트럼프 집회로 호화 기획” 비판론
일부 주정부 불참·가수 출연 취소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

 

수시간의 기다림과 악천후, 대피 사태까지 겪은 끝에 미국 워싱턴 상공에 눈부신 불꽃이 솟아오르자 거대한 함성이 도시를 에워쌌다. 미국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는 뇌우를 동반한 강풍으로 두 시간 가까이 연기돼 자정부터 시작됐고, 날을 넘겨 진행됐다. 악천후 속에서도 어느 때보다 화려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였지만, 모든 미국인의 축제여야 할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가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면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꽃쇼 지켜보는 트럼프… 한때 천둥번개로 깜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국 건국일이자 독립기념일인 4일 저녁 행사장 인근에 벼락이 떨어지는 모습. 낮엔 폭염으로 퍼레이드가 취소되고, 저녁엔 강한 돌풍과 뇌우로 불꽃놀이가 연기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으며 미국은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축하했다.  워싱턴=로이터AFP연합뉴스
불꽃쇼 지켜보는 트럼프… 한때 천둥번개로 깜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국 건국일이자 독립기념일인 4일 저녁 행사장 인근에 벼락이 떨어지는 모습. 낮엔 폭염으로 퍼레이드가 취소되고, 저녁엔 강한 돌풍과 뇌우로 불꽃놀이가 연기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으며 미국은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축하했다.  워싱턴=로이터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은 1776년 북미의 영국 식민지 13개주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선언서를 채택한 지 꼭 250년이 되는 날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개인은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을 가지며, 정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미국의 건국이념이 확립됐다.

 

이날 워싱턴은 한낮 섭씨 39도까지 치솟아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수천명의 시민은 도시 한복판의 ‘내셔널 몰’로 모여들었다.

관람객들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 인근에서 미 건국 및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행사에서는 85만발의 폭죽이 사용됐다. 미국의 건국이념인 ‘생명, 자유, 행복 추구’는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사상적 토대 중 하나지만, 전쟁과 트럼피즘 부상, 정치적 분열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관람객들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 인근에서 미 건국 및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행사에서는 85만발의 폭죽이 사용됐다. 미국의 건국이념인 ‘생명, 자유, 행복 추구’는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사상적 토대 중 하나지만, 전쟁과 트럼피즘 부상, 정치적 분열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예년보다 불꽃놀이 규모가 몇 배로 커지면서 포토맥 강변을 따라서도 긴 행렬이 이어졌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온 켄(46)과 그의 친구들은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가 불꽃놀이까지 보기로 했다며 “미국 역사에 남을 만한 장면을 직접 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넘어도 서늘해지기는커녕 지면의 열기가 오히려 더 끓어올랐지만 보안검색 줄에 선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성조기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거나 시원한 음료를 나눴다.

 

긴장이 고조된 것은 오후 7시가 넘은 시점이었다. 워싱턴 상공에 번개가 관측되면서 경찰은 내셔널 몰에 모인 시민들에게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제퍼슨 기념관 등 인근 건물로 대피를 명령했다. 최근 워싱턴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빠지지 않았던 군용기 축하 비행도 이 시점부터는 모두 취소됐다.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시민들이 포토맥 강 주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시민들이 포토맥 강 주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오후 9시 흩뿌리던 빗방울이 점차 거세졌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쳤다. 당초 9시 예정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11시로 미뤄졌다는 속보가 나오자 자리를 정리하는 이들이 일부 눈에 띄었다. 그즈음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폭풍은 어떤 상황에서든 행운을 가져온다. 행사를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들기도 한다. 우린 그것(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것이다. 새벽 2시가 되든, 지금부터 한 시간 내든, 난 상관하지 않는다.”

 

오후 9시45분 빗속에서도 보안검색대가 다시 열렸고, 10시30분이 넘자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공연이 재개됐다. 가수 리 그린우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제가와 같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부른 뒤 트럼프 대통령을 호출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가 무대 위에 올랐다. 오후 11시15분, 대피 명령이 있은 지 4시간이 넘은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연호했다.

 

트럼프 연설이 끝난 뒤 기다리던 불꽃은 밤 12시에 솟아올라 40분간 하늘을 수놓았다.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기다리던 중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이 우산을 꺼내들고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기다리던 중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이 우산을 꺼내들고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트럼프 행정부는 건국 250주년을 맞아 미국 독립선언서의 이념을 되새기며 통합을 강조하기보단 ‘트럼프 집회’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달 백악관 종합격투기 경기나 8월 워싱턴 자동차 경주 등 올해 취지와 맞지 않는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여러 주 정부는 이번 행사에 대표단 파견을 거부했고, 공연 예정이던 가수들은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로 참가를 취소했다. 현재 미국의 정치적 분열상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워싱턴 인근 주민들도 워싱턴의 대규모 불꽃놀이를 거부하고 지역 불꽃놀이 축제에 참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한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폴스처치에 거주하는 미리아(60)는 “‘트럼프 파티’를 보느니 독립기념일 행사는 지역 주민들과 보내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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