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역사에 분개하지만 일본 여행객 수는 최대 기록을 쓰는 역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런 국내 상황을 두고 종종 논쟁이 벌어진다. 역사와 개인의 선택·취향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통상 주류이지만, 반론이나 비아냥도 뒤따르곤 한다.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이뤄진 국내 조사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측됐다.
리서치 및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6 광복절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 현상에 대해 ‘여행은 개인의 자유이며 역사 인식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여전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여행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응답이 25.8%였다.
광복절을 계기로 일본 제품 소비를 의식적으로 줄이거나 자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8.7%가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보통’은 40.5%, ‘줄이지 않아도 된다’ 20.8%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일(對日) 여행수지 적자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한국의 여행수지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변환 2020년 3억6870만달러, 2021년 1억2990만달러 흑자였으나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폭은 2022년 5억7570만달러에서 이듬해 40억6670만달러로 7배 뛰었다. 2024년에는 적자폭이 49억1260만달러로 확대됐고 2025년에는 57억540만달러(약 8조896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로 올라서며 엔화 가치가 1986년 이후 4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자 일본 여행·쇼핑 등을 위한 엔화 환전이 급등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4일(현지시간) 미·일 외환당국이 15년만에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이후 150엔대로 내려왔다.
이번 조사에서 광복절의 의미를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81.7%(매우 중요 44.4%, 다소 중요 37.3%)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2025년 조사에서 이 비율은 87.8%였다. 다만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2025년 62.0%에서 올해 44.4%로 떨어졌고 ‘다소 중요하다’는 응답은 1년새 25.8%에서 37.3%로 늘어 광복절에 대한 인식이 다소 약화됐음을 보여줬다. 연령별로 광복절을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60세 이상이 9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59세 88.5%, 40~49세 80.5%, 20~29세 75.0%, 30~39세 71.0% 순이었다.
광복절의 의미와 역사적 사실 등을 ‘알고 있다’(‘어느 정도 알고 있다’+‘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5년 82.4%에서 올해는 75.4%로 내려왔다. 최근 3년간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025년 61.9%에서 올해 57.0%로 소폭 낮아졌으며 ‘게양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각각 38.1%, 43.0%였다.
‘최근 광복절이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보다 단순히 쉬는 날(휴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63.6%가 동의했다. 올해 광복절 계획(복수응답)으로는 ‘집에서 쉴 예정’이 6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할 예정’ 14.5%, ‘가족 및 지인 모임 참여’ 13.0%, ‘광복절 관련 행사 참여 예정’ 9.6%, ‘여행’ 7.5% 순이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을 통해 광복절이나 독립운동 관련 역사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6.1%(‘가끔 접한다’가 48.6%, ‘자주 접한다’가 7.5%)였다. 연령별로는 20대(60.5%)가 관련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숏폼 역사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있는 561명에게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를 물은 결과, 52.0%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보통’은 42.2%, ‘신뢰하지 않는다’는 5.7%였다.
젊은 세대의 광복절 관심이 낮아지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복수응답), ‘역사 교육이 부족해서’가 36.1%로 가장 많이 선택됐다. 이어 ‘역사보다 흥미로운 콘텐츠(SNS·게임·OTT 등)가 많아서’ (25.3%), ‘취업·생계 등 당장의 삶이 더 중요해서’ (24.5%), ‘관심을 가질 계기가 부족해서’ (21.1%), 광복절을 접할 미디어·콘텐츠가 부족해서(16.0%), 정치·역사 이슈 자체에 피로감을 느껴서(16.0%),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가 줄어서(6.9%) 순이었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광복절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우 중요하다’는 적극적 응답의 비중이 낮아진 점이 눈에 띈다”며 “동시에 절반 이상이 숏폼을 통해 광복절과 독립운동 관련 역사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광복절의 의미를 전달하고 경험하는 방식도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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