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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도쿄대첩 결승골의 주인공…29년 만에 다시 일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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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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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 한 번으로 국민 영웅 된 이민성…감독 되기까지 11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서 남자축구 사상 첫 4연패 도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1997년 9월 28일 중계석에서 외침이 터졌다.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1-1로 팽팽하던 후반 41분. 일본 진영에서 공을 잡은 한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가 왼발을 휘둘렀다. 낮게 깔린 공이 골키퍼의 손을 지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2-1.

 

붉은 유니폼의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함성으로 가득했던 도쿄 국립경기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를 누비던 이민성(왼쪽)이 대표팀 훈련에서 동료와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 시절 그라운드를 누비던 이민성(왼쪽)이 대표팀 훈련에서 동료와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사에 ‘도쿄대첩’으로 남은 경기다. 일본을 침묵시킨 결승골의 주인공은 당시 스물네 살 이민성이었다.

 

그로부터 29년. 이민성이 다시 일본으로 간다. 이번엔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대회 4연패에 도전한다.

 

한 번의 왼발로 ‘국민 영웅’이 되다

 

한일전의 골은 이민성의 인생을 바꿨다. 훗날 그는 도쿄대첩 결승골을 2002 한일월드컵 4강보다 더 큰 사건으로 꼽았다.

 

계산된 골은 아니었다. 줄 곳이 없어 앞으로 치고 나가자 공간이 확 뚫렸다. 차범근 감독이 주문하던 중거리 슛이 떠올랐다. 자신 있던 왼발로 과감하게 때렸고 발등에 맞는 느낌이 좋았다. 공은 일본 골키퍼 앞에서 바운드되며 골문으로 들어갔다.

 

한 번의 슛으로 스물네 살 수비수는 전국구 스타가 됐다. 이후 그의 골 장면은 오랫동안 애국가 영상에 등장했다. 그만큼 ‘도쿄대첩’의 여운은 컸다.

 

감독까지 11년, 그림자의 시간

 

2010년 용인시청 플레잉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이민성은 좀처럼 자신의 팀을 갖지 못했다.

 

광저우 헝다, 강원FC, 전남 드래곤즈, 울산 현대, 창춘 야타이. 여러 팀을 거쳤지만 그의 자리는 늘 감독 옆이었다. 그렇게 11년을 보냈다.

 

자신보다 코치 경력이 짧은 이들이 먼저 감독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민성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김학범 감독을 보좌해 금메달을 맛봤다. 지금은 자신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그때는 감독 옆에서 지켜봤다.

 

기회는 2021년 찾아왔다. 대전하나시티즌이 처음으로 프로팀 지휘봉을 맡겼다. 이민성은 이듬해 대전을 K리그1으로 승격시켰다.

 

감독 이민성이 지난 1월 U-23 아시안컵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29년 전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이제 벤치에서 팀을 이끈다. 대한축구협회
감독 이민성이 지난 1월 U-23 아시안컵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29년 전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이제 벤치에서 팀을 이끈다. 대한축구협회

 

29년 만에 다시 일본으로

 

지난해 5월, 이민성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한축구협회가 2026 아시안게임과 2028 LA올림픽을 이끌 연령별 대표팀을 그에게 맡겼다. 

 

출발이 순탄하진 않았다. 지난 1월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4강까지 올랐지만 일본에 0-1로 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걸린 무게는 더 크다. 한국 남자 축구는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치·나고야에서 정상에 오르면 사상 첫 아시안게임 4연패다.

 

배준호와 양민혁, 김지수 등 유럽파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양현준과 엄지성, 이기혁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이민성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을 향한 팬들의 의심이 “당연하다”고 했다. “말로 증명할 수 있는 건 없다”며 결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무대가 공교롭게도 일본이다.

 

29년 전 자신의 발끝으로 갈랐던 승부를, 이번엔 선수들의 발끝에 맡긴다. 그 도전은 15일 카타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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