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라지는 시대, 영화란 무엇인가 질문”
황금사자상은 메이 엘투키 감독 ‘우먼 언노운’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이다. 한국영화로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본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83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덴마크 출신 감독 메이 엘투키의 ‘우먼 언노운’(Woman Unknown)에 돌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독일군 병사와 인연을 맺은 가정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연 배우 마틸데 아르셀은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모두 21편이 초청돼 경합을 벌였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 6일 공개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황금사자상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미옥(전도연) 부부와 이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의 만남을 그렸다.
이 감독은 이날 시상대에 올라 “그라찌에(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24년 만에 아름다운 축제에 불러주신 베니스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이자 동생인 이준동 대표에게는 “이 영화를 기다리느라고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제작자 이준동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믿고 제작이 가능하도록 해준 넷플릭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에 접어야만 했던 이 이야기를 다시 살려서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준 오정미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께 감사드린다”며 “그중에서도 이 영화에 생명을 준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네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날 시상식에 앞서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도 받았다. 국제비평가연맹은 “미묘한 역학 게임을 완벽한 속도감과 여러 층위로 그려낸다”며 “착취, 계급, 사랑, 욕망, 소유, 이야기의 윤리를 탐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며 소설을 썼고,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 각본·조연출을 맡은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각본 등을 거쳐 1997년 ‘초록물고기’로 감독 데뷔했다.
이후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을 연출하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가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국제영화계에서도 꾸준히 주목받았다. ‘오아시스’로 2002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밀양’은 2007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시’는 2010년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버닝’은 2018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이 감독은 세계적 감독으로 위상을 재확인했다.
한편 은사자상(감독상)은 ‘DAU’의 일리야 흐르자놉스키 감독이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계획적으로 대규모 살해하는 과정에서 작동한 시스템을 파헤친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조르 감독의 ‘나자’에 돌아갔다. 각본상은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어 굿 리틀 솔저’에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와일드 호스 나인’의 주연 존 말코비치가 거머쥐었고, 여우주연상은 ‘우먼 언노운’에 출연한 덴마크 배우 마틸드 아르셀이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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