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운수 소송'에 노사 엇갈린 평가…매듭 못 짓고 갈등 불씨 잔존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예고한 시내버스 파업은 노사 간 극적 합의로 철회됐지만,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노동쟁의 관련 2차 조정 회의에서 '임금 3.2%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 조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다만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과 관련한 타결은 없었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은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통상임금은 법에 따라 판결만 받으면 된다"며 "오늘은 논하지 않기로 했는데 서울시에서 자꾸 논의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노력을 많이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사측이나 노측이나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 단위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을 시간당 얼마로 볼지 계산하는 데 쓰이는 개념이다.
기준 시간을 작게 인정할수록 지급해야 할 임금이 많아진다.
노조는 서울 시내버스 단체협약에 명시된 월 만근일수 22일에 1일 근로시간 8시간을 곱한 176시간을 주장한다.
사측은 단체협약상 약정근로시간을 1일 9시간으로 정하고 있으며 여기에 유급 주휴시간 35시간까지 더해 230시간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한발 양보해 주 40시간 근로자의 월 근로시간 및 유급주휴시간 합계인 209시간을 내세웠지만, 노조에서 논의 자체를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76시간이 적용되면 약 16%의 임금인상 효과가 나타난다.
209시간 적용 시 인상폭은 10%가량으로, 230시간을 적용하면 7%로 줄어든다.
노조 주장대로 176시간을 적용하고 추가 임금·수당 인상 요구까지 반영하면 지금보다 매년 5천억원가량이 더 필요해 부담하기 어렵다는 게 사측과 서울시의 설명이다.
노조 측이 176시간을 고수하는 근거는 동아운수의 통상임금 소송이다.
대법원은 2024년 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고,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처음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 적용한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이 작년 10월 선고됐다.
올해 4월에는 대법원이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에서 월 176시간으로 인정한 원심(2심) 판단 이외 다른 부분만 파기해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이를 바탕으로 노조는 기준 시간이 176시간으로 확정됐다고 주장한다.
전날 브리핑에서도 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176시간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시와 사측은 209시간 또는 230시간으로 법원 판단이 바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전날 관련 브리핑에서 "동아운수 판결로 176시간이 확정됐다면 관련 소송들이 계속 진행될 이유가 없다"며 현재 서울지역 버스업체를 상대로 여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이르면 오는 12월 관련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209시간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두고 노사가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날도 해당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노사 합의로 버스가 멈춰서는 사태를 막아내면서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껐지만,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에서 비롯되는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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