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도하 참사’에 이어 2026년엔 ‘도요하시 참사’인가. 한국 야구대표팀이 민족의 대명절 추석날 밤에 ‘숙적’ 일본에 완패했다. 그것도 일본 최정예들이 총출동한 대표팀이 아닌 사회인(실업) 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패했기에 대굴욕이다. ‘참사’라는 표현을 괜히 쓰는 게 아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전원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0-5로 영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2010 광저우부터 이어져온 아시안게임 금메달 행진은 5연속으로 이으려던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패배다. 조별리그에서는 대만-홍콩-태국을 차례로 꺾고 3연승, B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거둔 1승을 합쳐 슈퍼라운드 전적은 1승1패가 됐다. 3연승으로 A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일본은 2승으로 금메달 결정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일본이 26일 대만을 꺾고, 한국이 A조 2위인 중국을 제압하면 27일 결승에서 또 다시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다.
다만 26일 대만이 일본을 꺾으면서 한국, 일본, 대만이 모두 2승1패로 동률을 이룬다면 동률팀 간의 규정을 따져야 한다. ‘Team's Quality Balance’(TQB)라고 불리는 산식에 따라 (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을 계산해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5-0으로 꺾었고, 일본에 0-5로 패한 한국은 17이닝을 공격했고, 17이닝을 수비해 TQB가 정확히 0이다.
일본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8이닝을 공격했고, 9이닝을 수비했다. 대만은 한국전에서 9이닝 공격, 8이닝을 수비했다. 26일 일본-대만전은 대만이 원정이기에 대만이 승리하려면 두 팀 모두 9이닝 공격, 수비를 다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만이 일본을 5점차로 꺾는다 해도 두 팀의 TQB는 0으로 떨어질 수가 없기에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물론 대만이 일본은 6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대만과 한국이 결승을 간다. 대만이 4점차 이내로 이기면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 간다.
26일 중국만 잡으면 어떤 경우의 수에도 결승 진출은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전원 프로로 구성된 한국이 사회인 야구 선수로만 구성된 일본에 패한 것 자체가 굴욕이기에 이번 경기가 남긴 상흔은 크다. 물론 일본 사회인 야구 선수들은 상당수가 프로 지명을 받을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기에 당연히 이겨야할 상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엄연히 ‘프로’가 아니다. 한국은 스스로 연령 제한을 걸어 대표팀을 선발했지만, 엄연히 소속팀에서 핵심 선수들로만 구성된 프로 중의 프로다. 접전도 아니고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완패한 것은 한국 야구의 수준이 이제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LA다저스) 등 일본 초일류 선수가 아니라 사회인 야구와 맞붙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드러난 한 판이었다.
한국 타선은 이날 일본 선발로 나선 히구치 신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히구치는 7이닝 동안 한국 타선에 4안타만 내주며 탈삼진 4개를 곁들어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보였다. 한국 타선은 스스로 자명했다. 1회와 4회 2번 타자 유격수 김주원(NC)이 안타로 포문을 열었지만, 노시환(한화)이 연타석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5회에는 박준순(두산 베어스)이 좌전 안타를 친 뒤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의 타구가 병살타가 됐다.
이날 한국 선발로 나선 선발 소형준(kt)은 3회 집중타에 무너졌다. 안타와 볼넷을 내줘 자초한 1사 1, 2루에서 1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한 무코야마 무토키에게 이번에는 좌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맞고 1점을 줬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내야 땅볼로 2점째를 준 소형준은 미즈타니 쇼헤이의 타구를 잡은 김주원의 송구가 1루를 빗나가면서 또 실점했다. 김주원의 송구 실책이었지만, 원바운드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1루수 노시환의 수비도 아쉬웠다. 한국은 6회 필승 카드로 투입한 조병현(SSG 랜더스)과 박영현(kt)이 각각 적시타를 맞고 2점을 준 바람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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