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개척 대러 협력 중요시
러 ‘직항편 재개’ 관계개선 시작
수출통제 일부 완화도 핵심 카드
북·러 밀착 견제 여지 확대 계기
대러 유럽 공조 이탈 신호 경계도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를 둘러싼 한·우크라이나 갈등이 대사 소환과 공관원 일부 철수로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북극항로 개척의 경제적 실익과 함께 북·러 밀착 견제, 남북대화의 지렛대 확보 차원에서 대러 외교의 중요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러시아와 관계도 중요하다”고 밝히며 관계 관리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주변 4강 중 미국·중국·일본과 정상외교를 이어왔지만, 러시아와는 정상 통화나 외교장관 회담을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과 러시아의 반발로 악화된 관계를 풀 계기를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북극항로 보고를 받고 한·러 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가 최근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종식을 전제로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대사는 “현대차와 기아는 여전히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지 복귀를 위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 경제협력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장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분야는 북극항로다. 정부가 개척에 무게를 둔 러시아 연안의 북동항로는 아시아·유럽을 잇는 노선으로, 항행 허가와 빙해 정보, 쇄빙선 지원 등에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해협의 통항 불안이 커지면서 중동 해역과 수에즈운하를 우회하는 북동항로 상용화를 위한 협력의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러시아는 직항편 재개를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걸림돌은 대한항공에 부과된 약 124억5000만루블(약 2000억원)의 과징금이다. 러시아 세관은 2021년 화물기가 세관 직인 없이 이륙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매긴 뒤 미납에 따른 추가 과징금까지 부과했다. 외교가에서는 양국의 정무적 해법과 함께 제3국행 노선에 러시아를 중간 기착지로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수출통제 일부 완화도 관계 개선의 카드로 꼽힌다. 대러 제재 국제 공조를 유지하되 한국이 독자 지정한 비전략물자 중 군사적 전용 위험이 낮은 품목의 통제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연대의 이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졌을 때 러시아가 다음 타깃으로 삼을 곳이 어디냐는 의구심이 유럽 내에서는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나토(NATO) 국가들이나 아시아의 IP4(한국·호주·일본·뉴질랜드) 협의체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움직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가까워지면) 한국이 파트너로서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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