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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21조 ‘초거대 예산’… ‘퍼주기·중복’ 사업 매섭게 도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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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오늘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821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올해 본예산 727조원보다 무려 12.8%, 93조원 증가한 역대 최대인 ‘초거대 예산’이다. 고령화·저출산 등에 따른 복지 수요로 정부의 씀씀이가 어느 때보다 커지는 만큼 단 1원의 세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국회는 심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민생 회복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내년도 슈퍼 예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가채무 확대에도 확장 일변도 예산을 편성하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자칫 재정 확대가 지나치면 자원 배분을 왜곡할 뿐 아니라 물가를 자극해 민생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연초만 해도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이 벌써 3%대 중반을 넘어 4%마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 아닌가.

우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국가 곳간에서 마구잡이로 끌어가는 선심성 예산과 다양한 명분으로 편성된 유사 및 중복 사업 예산을 찾아내 과감히 삭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효과가 불투명한 현금 지원성 사업들도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 규모와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특수에 따른 초과 세수를 토대로 이번에 신설되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에 대한 철저한 심사가 관건이다. 정부와 여당은 첨단산업 육성과 미래세대 지원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지만, 규모도 방대할 뿐 아니라 내국세 일부가 기금으로 적립되면서 ‘쌈짓돈’, ‘재정 양극화’ 우려도 적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2028년에는 57조원 수준의 추가 세수가 발생하겠지만 2029년부턴 추가 세수가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 꺾일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개별 사업에 대한 철저한 운용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여야는 정책질의와 부처별·소위원회 심사, 예산결산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한다. 밀실·쪽지 예산이라는 비판을 들어서도 안 되지만, 국민과의 약속인 법정 처리시한(12월2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정부 예산은 잘 쓰면 서민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보일러’ 역할을 하지만, 잘못 쓰면 재정 구조를 악화시키고 서민 살림을 옥죄는 독이 될 수 있다. 장기적 재정악화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재정 규율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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