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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이탈리아의 자존심 카판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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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2 19:25:13 수정 : 2016-07-23 13: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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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아노 뿌리에 샤르도네 접목 품질 높여

 

이탈리아는 포도품종의 천국입니다. 토착 포도품종이 무려 1000가지나 되기 때문이지요. 그중 500종 정도가 이탈리아 와인의 품질을 보장하는등급인 DOC(Denominazione d'Origine Controllata·통제원산지명칭) 등급 와인을 빚는 포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웬만큼 와인을 마셨다고 자부하는 와인마니아들도 이탈리아 와인은 생소한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중 토착품종 트레비아노(Trevviano)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이 품종으로 빚은 와인은 알코올 도수는 낮고 산도는 높으며 과일향이 옅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 품종을 위니 블랑(Ugni Blanc)이라고 부르는데 브랜디를 빚는데 쓰이지요.

대부분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 와인산지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생떼밀리옹(Saint-Emilion)은 사실 포도품종 이름인데 바로 트레비아노입니다.

사실 이탈리아는 트레비아노를 제외하면 전통적으로 화이트 와인은 그렇게 두드러지진 나라는 아닙니다. 대체로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런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에 혁신을 가져온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까판넬레(Capannelle)입니다. 까판넬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산지 투스카나의 끼안띠(Chianti)에서도 가장 중심인 가이올레(Gaiole) 자리잡고 있는 생산자로 20헥타의 포도밭에서 연간 8만병을 생산합니다. 1974년 라파엘레 로세티(Raffaele Rossetti)는 16세기부터 끼안띠의 심장으로 불리던 이 곳의 포도밭을 구입해 와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는 1984년, 이탈리아에서 이전에 전혀 없던 혁신적인 시도를 합니다. 트레비아노 품종으로 더 고급스러운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없을까 연구하던 끝에 현재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외래품종인 샤도네이를 트레비아노 뿌리에 접목하게 됩니다. 이렇게해서 새로운 샤도네이 클론 품종이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탄생합니다. 새로운 품종의 이름은 와이너리 이름을 사용해 ‘까판넬레 샤르도네(Capannelle Chardonnay)’로 부릅니다. 

1988년 첫 빈티지가 탄생했는데 당시만해도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오크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미국 스타일의 샤르도네가 주를 이루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트레비아노와 접목한 까판넬레 샤르도네는 전혀다른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탄생시켰습니다. 트레비아노가 지닌 신선한 산도와 미네랄을 잘 유지하면서도 배, 감귤류의 기분좋은 과일향과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와 구운 빵의 향이 어우러져 바디감과 산도를 두루 지닌 우아한 샤도네이가 탄생한 것이지요. 물론 오크사용을 20%로 줄여 신선한 미네랄리티를 더 느낄수 있도록 했지요. 환상적인 골드컬러가 매우 묵직한 느낌을 주지만 입안을 깔끔하면서도 풍부한 향을 가득 채우는 매력적인 샤도네이 와인입니다.

까판넬레의 혁신적인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의 와인명가 아비뇨네지 (Falvo Ettore Avignonesi)와 함께 1988년 친꽌따&친꽌따(50&50)라는 ‘슈퍼 끼안티’ 와인을 탄생시킵니다. 신의 물방울 29권에 소개돼 유명해졌지요.

이미 16세기부터 와인을 빚은 아비뇨네지는 이탈리아의 와인명산지 투스카나 지방에서도 고급스럽고 섬세한 양조로 손꼽히는 와인 명가중 하나이지요. 유명한 ‘아비뇽 유수‘ 사건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있던 교황청은 1309년 교황 클레멘트 5세때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겨집니다. 이어 1377년 교황 그레고리 11세때 교황청이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데 이때 몇몇 귀족 가문이 교황을 따라 로마로 이주합니다. 그 중 하나가 아비뇨네지 가문입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 도착한 뒤  각각 로마, 시에나, 몬테풀치아노로 흩어졌는데 몬테풀치아노에 정착한 가문이 바로 오늘날 아비뇨네지 와이너리의 선조라고 하는군요. 

아비뇨네지 당시 오너인 팔보 에토레(Falvo Ettore)와 까판넬레 설립자 라파엘레 로세티는 매우 평소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답니다. 포도품질이 매우 뛰어났던 1988년 이들은 포도 수확을 마치고 풍년을 축하하는 파티를 합니다. 이들은 까판넬레 포도밭에서 자라는 토착품종 산지오베제와  아비뇨네지 포도밭에서 자라는 국제 품종 메를로를 재미삼아 즉석에 절반씩 섞어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훨씬 뛰어난 맛의 와인이 만들어졌다는군요. 그 맛에 감탄해 둘은 의기투합해 아예 50&50 이라는 와인을 1988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말그대로 산지오베제와 메를로를 50%씩 섞었다는 뜻입니다. 로세티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두 와이너리의 오너는 현재 모두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우정과 혁신적인 마인드를 기려 지금도 두 와이너리가 이 와인을 4만병 만들어 2만병씩 각자의 와이너리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스토리때문에 이 와인은 웨딩와인으로 인기가 높답니다. 

■까판넬레 와인은

이탈리아 까판넬레 와이너리를 세운 라파엘레 로세티(Raffaele Rossetti) 영화 그레이트 뷰티의 주인공 젭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의 남자였다. 암으로 투병하다 6전을 세상을 떠났다. 현재 까판넬레는 미국 태생으로 베니스의 치프리아니 호텔과  전세계 52개의 체인을 거느린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호텔 체인 오너 제임스 셔우드(James B. Sherwood)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까판넬레는 1년에 와인을 8만병만 생산하는 이탈리의 대표적인 부띠끄 와인이다. 전세계 35개국에 수출되지만 수출 물량이 7000병도 안될 정도로 워낙 소량이라 마시고 싶어도 찾기가 어렵다. 와인종류도 5가지 밖에 안된다.

한국을 찾은 까판넬레 세일즈 매니저 마누엘레 베르델리(Manuele Verdelli)씨는 “까판넬레 와인은 명차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의 한정판 같은 와인이다. 한해에 몇십만병에서 100만병을 생산하는 곳을 부띠끄 와이너리라 부를 수 는 없다. 더 이상 많이 만들고 싶지도 않고 오로지 품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까판넬레 와인은 생산량이 적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현재 전세계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다. 수량은 적지만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이기도 하다. 까판넬레 와인 5종 로제를 제외한 4종을 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 관계자와 함께 시음했다. 

까판넬레 와인은 레이블 전면에 빈티지를 아주 크게 표기하는게 특징이다. 베르델리씨는 “같은 와인도 빈티지에 따라 다 조금씩 다르다. 빈티지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다른 와인이기 때문에 레이블에 이를 크게 표시했다. 비교적 올드 빈티지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탈리아 출신 와인메이커 시모네씨가 1984년에 합류해 지금까지 와인메이킹을 계속해 품질을 잘 유지하고 있다.

 까판넬레 샤르도네(Capannelle Chardonnay) 2011는 트레이비아노와 접목해서 만든 샤르도네 100%다. 황금빛 골드컬러가 매혹적이다. 올드 빈티지 처럼 색상은 짙은 골드지만 입안에서 깔끔한 산도를 느낄 수 있다. 20% 오크숙성, 80% 스텐인리스 숙성한다. 샤르도네이지만 레드와인 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니 허니, 흰꽃류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30분정도 지나면 크리미한 느낌과 바닐라향이 더 살아난다. 바디감이 좋은 화이트 와인으로 잔당감이 없이 깨끗하고 산도도 적당하다. 10∼15년 장기 숙성이 가능한 화이트 와인이다. 1년에 1만2000병 생산한다.

까판넬레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Capannelle Chianti Classico Riserva) 2011은 까판넨렐의 명함과도 같은 대표 와인이다. 끼안띠 지역의 떼루아 본연의 모습을 잘 반영한 와인이기 때문이다. 산지오베제 100%다. DOCG 등급 와인은 산지오베제를 80%만 사용하면 되지만 까판넬레는 100%로 빚고 있다. 오로지 리제르바급만 만든다. 18개월 오크 숙성한다. 향긋한 아이리스 꽃향과 잘 익은 과일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바디, 산도, 알코올의 밸런스가 좋고 풍미는 부드럽고 깨끗하다. 피니쉬는 은은하면서 길게 이어진다. 산지오베제가 주품종은 끼안띠는 음식이 있을때 더 빛나는 와인이다. 기분좋은 좋은 산도 음식과 큰 시너지를 내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연간생산량은 3만병이다.까판넬레 솔라레(Capannelle Solare) 2006은 산지오베제 80%와 말바시아 네라 20%를 섞은 ‘슈퍼 끼안띠’ 와인이다. 2006년은 최근 15년동안 가장 성과가 좋았던 빈티지로 지금이 마시기 좋은 절정의 시기다. 산지오베제에 국제품종을 섞어 빚은 프리미엄 와인을 보통 슈퍼 투스칸이라고 부르는데 까판넬레 솔라레는 ‘슈퍼 끼안띠’를 고집한다. 그만큼 끼안띠의 떼루를 잘 반영한 슈퍼 투스칸이란 뜻이다. 발사믹, 커피, 토바코 등이 느껴진다. 또 말린 자두 등 잘 익은 검붉은 과일과 초콜렛 등의 달콤한 향, 구리구한 동물향이 매력적이다. 목넘김은 매우 부드럽고 산도의 균형감도 좋다. 바디감은 끼안띠 클라시코의 두배정도 일정도 파워풀하다. 솔라레는 이탈리아 말로 ‘반짝이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한해에 2만5000병 생산한다. 

50&50은 산지오베제와 메를로가 절반씩 블렌딩됐다. 몬테풀치아노의 와인 명가 아비뇨네지(Avignonesi)와 함께 1988년 탄생시킨 50&50으로 까판넬레는 세계적인 명성의 토스카나 와인생산자로 발돋움했다. 검은 트러플, 홍차, 커피, 시가, 바닐라 등 다양한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묵직한 바디감이 돋보이며 농축된 탄닌과 깔끔한 산미의 조화가 좋다. 엘레강스한 피니쉬가  4~5초 가량 이어지는 파월풀한 와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초향도 많이 올라온다. 메를로가 바디감을 만들어주고 산지오베제가 우아함을 완성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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