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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성폭력 가해자 징계 강화에 초점 맞춘 대책… 실효성은?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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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9 19:57:33 수정 : 2019-01-09 19: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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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폭로 파문 관련 문체부 대책 논란 / 영구제명 대상 범위 확대 등 골자 / 전문가들 근시안적인 대책 지적 / 경기 출전 ‘쥐락펴락’ 지도자 상대 / 처벌 강화한다고 신고 늘지 의문 / 유명무실 상담·교육 내실화 필요 / 조재범 측 “심 선수 주장 사실아냐”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의 미소는 유독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지도자에게 당한 끔찍한 성폭행 피해의 기억을 털어놓자, 정부는 긴급 브리핑까지 열어 관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간 정부와 체육계가 내놓은 제도와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시인했다. 이어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영구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 확대 △성폭력 관련 징계자의 국내외 체육관련 단체 종사 금지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 내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 등이 골자다. 심석희는 지난 8일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지난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책이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성폭력 경험 비율이 1.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나온 심석희의 폭로가 결과를 뒤집었다. 선수들이 경기 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에게 종속된 것은 체육계에 만연한 풍토다. 피해자들은 선수생활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상처를 가슴에 묻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징계 대상’을 신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또한 심석희가 만 17세로 미성년자이던 2014년 여름부터 조 전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본지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을 통해 대한체육회 공정체육부 산하 스포츠 인권센터에 접수된 유소년(초·중·고) 운동부 성범죄 현황을 파악했다. 심석희의 악몽의 시작과 맞물리는 2012~2015년의 4년 동안 인권센터에는 도합 20건이 신고 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성인 팀을 포함한 전체 운동부 성범죄 신고 건수(33건)의 60.6%에 달한다. 무엇보다 유소년 선수의 피해 사례에서 지도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55%(11건)였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조 전 코치의 폭력에 시달리며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한 그의 비극이 오버랩된다.
전문가는 정부가 제도 개편과 더불어 체육계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예방교육 강화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체육계 성범죄 문제가 대두된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 선진 국가에선 스포츠 성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이 철저하다. 일례로 미국고등학교체육연맹(NFHS)은 과도한 사적 대화 금지, 학교 밖 1대1 만남 금지 등 ‘학교운동부 성폭력 예방 10계명’을 만들어 체육지도자의 강령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08년 정부가 발표한 ‘스포츠 성폭력 근절대책’ 10대 세부과제 가운데 무려 4개항이 상담 및 교육 강화이지만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대한체육회는 몇 안 되는 외부 인사를 초빙해 스포츠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 때문에 한 회 강연에 수백명을 몰아넣는 주먹구구식으로 흐른다. 최의창 서울대 스포츠교육학과 교수는 “윤리 교육을 독립적으로 실시하면 안 된다. 선수와 지도자가 운동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소양 교육의 일부로 편입시켜야 의식 전환이 이뤄진다. 또한 이들이 동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성폭력 예방교육 대상인 선수와 지도자가 2017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교육 도중 대부분 졸고 있다. 하상윤 기자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 측은 9일 심 선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전 코치 변호인은 심 선수가 성폭행을 당한 장소라고 밝힌 태릉 및 진천선수촌과 한체대빙상장의 라커룸을 언급하며 라커룸은 지도자나 선수들에게 공개된 곳이어서 성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석희의 성폭행 추가 고소 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조 코치의 기존 폭행 혐의와 성폭력의 연관성에 대한 집중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안병수 기자, 수원=김영석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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