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 부자는 지난 16일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결정되는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미국으로 보내지면 최소 수십년의 중형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 손씨 측은 “한국에서 어떠한 중형이라도 달게 받을 테니 미국으로 보내지만 말아달라”는 호소를 반복했다.
관련 기사들의 제목에 빠지지 않았던 단어 ‘눈물’은 분명 이날의 키워드였다. 손씨 부자의 흐느낌으로 뉴스란이 도배될 것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송환 여부 결정이 다음달 6일로 미뤄진 것 또한 그에 못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손씨 부자의 눈물이 효력을 발휘했던 걸까. 범죄인 인도심사는 예정에 없던 3차 기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2차 심문기일인 이날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절차대로라면 손씨의 송환 여부는 이달 말까지 판가름 나야 했는데, 이 데드라인을 넘기면서까지 추가 심리를 하겠다고 하자 일각에서는 손씨의 방어권을 보장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정심 호소 전략이 일부 통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손씨의 인도 대상 혐의는 ‘범죄은닉자금 세탁’이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는데, 이 중 이중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자금세탁에 대해서만 인도 결정 여부를 심사한다. 미 법무부는 지난 4월말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해왔으며, 전문가들은 “특별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 송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 왔다. 최근 10년간 법원은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를 들어 범죄인 인도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형사20부는_손정우_미국송환하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펼쳐지며 손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성범죄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 속에서 손씨의 미국 송환은 형사정의를 일부분 실현하는 길로 여겨졌다.
그러나 송환 결정이 또 연기됐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허탈감을 표했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충격파를 통해 어느 때보다 강해진 성범죄 처벌 강화 요구, “(n번방 가해자는 자수하라며) 마지막에 잡히면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 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지 등이 무색해진다는 반응이 온라인을 달궜다.
재판부의 반복되는 결정 연기 과정에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1차 심문 당일 손씨 측은 범죄인 인도요청 사유인 ‘자금 세탁’이 증거가 없어 무죄라고 갑작스럽게 주장해 재판부를 당황케 했다. 죄가 없는 것이라면 송환 이유도 사라지는 것이라 재판부는 “당장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2차 기일로 결정을 연기한 상태였다.
무죄 주장으로 한 차례 송환 결정을 연기시킨 손씨 측은 이번엔 전략을 바꿔 자금 세탁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셀프 고소’까지 해버렸다. 한국에서 재판받도록 하기 위한 꼼수다. 검찰은 수사 진행도 기소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손씨 측이 인도 요청 사유를 부정했을 때도, 인정했을 때도 심리를 미루기만 한 것이다.
물론 이날 재판부는 일련의 법리적 요건을 들어 3차 기일까지 결정을 미룬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지만 이는 핵심이 아닌 듯하다. 중요한 건 법원과 시민이 느끼는 ‘공정함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여론 반응을 보면 이날도 그런 괴리감이 드러났다. 시대적 흐름, 사회적 맥락을 읽는 데에는 소홀한 채 기계적이고 분절적으로 법 조항을 적용하다 보니 국민과 사법기관의 공감대가 자꾸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눈물’에도 더 공감하는 사회 되길
법원의 감성을 자극하려 한 ‘손정우의 눈물’은 민심을 여러 각도에서 자극하기도 했다. 손씨가 단 하루 흘린 눈물이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상황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면받아 온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역설적으로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피해자 인권 보호 및 지원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처벌 수준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문제가 심각하다. 선진국이 성범죄 가해자에게 엄청난 벌금을 내리는 것은 이를 피해자 지원기금 등으로 쓰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은 끝나도 인생은 끝난 것이 아니다. 법정 싸움 이후 피해자의 삶이 회복되도록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돌보았는지, 재판에 이겼든 졌든 소외된 곳에서 숨어 흐느껴야 했던 이들의 눈물은 얼마나 기억되었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이에 소홀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내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새로운 범죄 유형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양형기준도 미비하다 보니, 피해 정도에 비해 가해자가 받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 역시 금방 자유의 몸이 되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 때도 피해자의 눈물은 증거 능력 여부를 놓고 쉽사리 논쟁 대상이 되었다. 눈물이 거짓이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들로 2차 가해 수준의 잣대가 들이대어지는 사회다. 차라리 피해 사실을 잊고 사는 편이 낫겠다고 피해자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사회다.
가해자는 정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문제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사법 정의가 실현된다. 적어도 성범죄에 있어서는 양쪽 다 갈 길이 멀다. 피해자의 눈물은 혼자 삼켜야 하는 몫인 사회에서 가해자의 눈물은 선처 호소를 위한 반성의 증거, ‘감경 요소’로 고려되는 현실이다. 이 불균형성에 대해 각종 감형 사유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나올 정도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 여부와 별개로 범죄 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를 돌이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 일당은 지난달 말부터 거의 매일 반성문을 내고 있고, W2V 운영자 손정우는 눈물로 동정심 전략을 펼칠 수 있지만 이미 이들에 의해 몸과 마음에 평생 씻기 힘든 피해를 입은 이들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좀 더 주목해야 할 건 ‘피해자의 눈물’이다.
◆세계 경악케 한 전무후무 ‘아동 포르노’ 사이트
손씨 측의 눈물 호소, 시간 끌기 전략에 가려져 그가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주목도가 점점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그가 만든 아동 포르노 사이트 W2V는 암호화된 인터넷망 다크넷에서 암호화폐로 돈을 받고, 32개국 128만명의 회원에게 약 10만∼20만개(8TB 분량) 아동 성 착취물을 유통했다. 이후 등장한 n번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한 사법부가 성 착취 산업화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CNN 등 외신 보도를 보면 W2V는 노골적으로 ‘성인 포르노는 올리지 말라’고 명시하는가 하면, 직접 제작한 영상에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성 착취 범죄를 조장했다. 유통된 영상 속 아동 피해자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영아까지 있었고, 사이트가 적발되면서 20여명이 구출됐지만 여전히 실종 상태인 아이들도 많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영국 국가범죄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유례 없는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 W2V는 2018년 폐쇄됐다. 각국 수사기관은 W2V 유료 이용자들을 자국 기준에 따라 처벌했다. 미국에서 영상 1개를 다운받은 회원이 징역 5년을, 영국에서 직접 성 착취물을 제작한 자는 징역 22년을 복역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까지 마친 손씨의 사례는 세계를 놀라게 할 만 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는 “법을 만드는 이들이 여전히 음란물과 성 착취물 구분을 못 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디지털 성범죄에는 양형 기준조차 없었다. 손정우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듯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이유다. 처벌 강화 요구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초안이 마련됐지만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달 18일 예정됐던 의결을 오는 12월로 미루겠다고 밝혀 또 한번 비판을 받았다.
숱한 디지털 불법 촬영물과 웹하드 카르텔, 버닝썬,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까지 생각하면 피해의 심각성과 수많은 피해자들의 ‘엄벌 호소’에 사법부가 과연 귀를 기울인 것인지 의심스럽다. 보다 경각심을 갖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정부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까.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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