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늘의시선] 사법부, 제자리로 돌려놓자

관련이슈 오늘의 시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3-09-27 01:41:13 수정 : 2023-09-27 01:41:12

인쇄 메일 url 공유 - +

김명수체제서 재판의 신뢰성 망가져
황폐화 된 사법부 응급소생술에 기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김명수 체제가 끝났다. 2017년 대법원장 후보 시절, 춘천지방법원장 관용차를 버리고 고속버스와 지하철로 대법원장 면담을 위해 서초동으로 이동했다던 인물이다. 대법원장이 된 후에는 대법원장 공관에서 아들 부부와 함께 거주했던 인물, 떠나는 날은 대법원장 관용차를 탔다. 2018년 9월 ‘법원의 날’ 기념식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고한 생각이니,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의 권위는 재판의 신뢰성에서 나온다. 정치가 망가져도, 수사 기관이 실수를 해도, 법원이 마지막 안전판이라는 오랜 믿음이 있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선거방송 TV 토론 중의 거짓말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는 희귀한 논리를 창작하여 대법원에서 이재명 지사를 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작 영상물 ‘백년전쟁’에 대해서도 다수 대법관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히틀러의 참모 괴벨스에 비유하여 ‘악질 친일파’, ‘A급 민족반역자’, ‘하와이 깡패’로 표현하고, 그래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라는 식의 영상물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라는 가벼운 제재를 했고,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그 제재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고, 의견이 동수로 대립하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파기’에 가담했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조윤리위원회 위원장

사법부의 현재 모습은 탄핵 국면에서 예상된 일이었다. 졸속으로 진행된 탄핵 결정과 박근혜 형사 판결도 그랬지만, 양승태 코트(Court)에 대한 법원 내부의 과격한 공격이 신호탄이었다. 이른바 개혁파 판사들 사이에서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더니,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별 소득이 없자, 추가조사위원회에 의해 동료 판사의 컴퓨터가 동의 없이 열리는 무례가 빚어졌다. “양승태 코트를 날려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검찰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더라”라는 환호까지 들렸다. 이어진 ‘사법적폐 숙청’ 작업으로 형사처벌, 징계, 부당 인사의 대상이 된 엘리트 판사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법원을 떠났는데,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재판 결과는 거의 무죄로 이어졌다. 뒤늦게 ‘사실은 법원행정처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는 데 대한 불만이었는데, 너무 나갔다’는 자책이 감지된다. 그사이 법관 사회가 얼마나 황폐해졌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가장 우수한 자원으로 충원되어야 한다. 훌륭한 선배가 대법관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 후배 법관들에게는 직무에 헌신할 동기가 된다. 그러한 헌신에 힘입어 건강한 사법부가 유지되어 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없애고 모두 어깨동무하고 함께 정년을 맞자는 ‘평등주의’와, 인기투표로 법원장을 정하자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재판 지연이라는 폐해만 가져왔다. ‘수평적·민주적 리더십 전환’을 모토로 엘리트 법관을 일반직 직원으로 대체하고, 무책임한 자문회의를 잔뜩 신설하였으니 법원행정처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김명수 코트를 거치며 사법부의 붕괴도 시민의 분노도 모두 임계점에 와 있다. 법원은 조롱거리가 되었고, 법원의 정치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새 대법원장의 응급소생술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유능한 법관이 평가받고, 불성실한 법관은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 인사 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가장 존경받는 판사로 구성하여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좋겠다. 평생 반(半)정치인 행세를 한 변호사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야 한다. 국제규범과 엇박자를 낸 ‘위안부 판결’과 ‘징용배상 판결’로 법원이 국제 갈등의 진앙(震央)이 된 국면이라 세련된 국제감각도 새 대법원장의 덕목이지 싶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조윤리위원회 위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