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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휴 물량 폭탄에 집배원 업무 과중…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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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7 15:20:49 수정 : 2023-09-27 19: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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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年 500건 이상 발생

특별소통기간 소포 등 과다 적재
과로 탓 도로 위 상황대처 취약

동료 업무 메우는 ‘겸배’ 철폐 등
노동계, 집배관 복지법 제정 요구

30년 차 집배원 정창수(58)씨는 해마다 추석 연휴가 가까워지면 늘 긴장한다. 설이나 추석 같은 연휴 기간을 앞두고 물량이 많아지는 시기를 뜻하는 ‘특별소통기간’에 우편물과 소포를 80∼120개 배달해야 한다. 평소 집배원 1명이 배달하는 물량은 60∼70개 수준이다. 연휴 기간을 앞두고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물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베테랑’인 정씨도 하루에 배달해야 하는 물량이 푹증하니 마음이 조급해지곤 한다. 최근 인근 우체국의 집배원 동료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마음도 무겁다. 정씨는 후년 정년에 무탈하게 퇴직하는 게 바람이다.

지난 25일 수도권 한 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이 배달할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적재한 모습이다. 적재함 바깥에 짐을 올려 끈으로 고정했는데 과도한 중량으로 운행 중 중심을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제공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량 폭탄’으로 인한 집배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해뜨기 전 출근해 해가 질 때까지 배달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집배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환경 조성을 위해 ‘집배관 복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배원이 이륜차 등으로 배달 중 발생한 사고는 530건에 달했다. 공상·산재 승인을 받은 사고만 추린 값으로 실제 발생한 사고는 더 많을 수 있다. 2020년 500건, 2021년 588건으로 최근 3년 사고 건수는 해마다 500건 이상이었다. 이 역시 간접고용된 배달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특별소통기간 물량이 늘어난 탓에 오토바이에 소포를 과다하게 적재하면서 집배원의 안전이 취약해졌다. 정씨는 “오토바이 적재함 위로 소포들을 쌓아 운전하게 되면 중심 잡기도 어렵고 한번 넘어지면 난리 나는 것”이라며 “우정사업본부가 안전수칙을 지키라고 하지만 대체 인력을 투입해 처리 물량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고 하나 마나 한 말”이라고 토로했다.

2019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충남 아산우체국 집배원 박모(57)씨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배달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몰고 우체국으로 복귀하던 중 1차로에서 갑자기 멈춘 차량과 부딪쳐 바닥에 쓰러진 그를 2차로를 달리던 차가 덮쳤다. 주변 동료들은 숨진 박씨가 폭주한 배달 물량 탓에 저녁까지 과로한 뒤 지친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집배관 복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대체 인력 없이 나머지 팀원이 업무를 메우는 일종의 관행인 ‘겸배’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14년 차 집배원 최모(47)씨는 지난해 6월 비 오는 날 배달 중 사고로 입원한 동료 2명을 대신해 추가 물량을 배달하다 지난해 6월 심각한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 입원한 2명 중 1명 역시 겸배 중 사고를 당했다. 최씨는 “나까지 빠지면 나머지 팀원 업무 강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빨리 업무에 복귀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수도권 한 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이 배달할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적재한 모습이다. 적재함 바깥에 짐을 올려 끈으로 고정했는데 과도한 중량으로 운행 중 중심을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올해부터 안전보건팀을 비공식적으로 만들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생색내기라고 꼬집었다. 허소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교육선전국장은 “이번 특별소통기간처럼 비가 오는 경우 관서장이 작업을 중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현행 법령에서 이는 전체의 10%에 불과한 ‘1급지 배달구역’에만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도 “많은 명절 물량으로 시간에 쫓긴 집배원이 급성 단기 과로에 시달린다”며 “적정인력 확보 등 집배원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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