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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악성 진화한 불법 사금융, 솜방망이 처벌론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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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3 23:39:45 수정 : 2025-05-13 23: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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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이자를 훌쩍 뛰어넘는 살인적인 고리를 뜯어내는 불법 사금융이 악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로 저신용 청년을 상대로 채무자의 주민등록증, 가족관계증명서, 가족·친구·지인의 연락처를 받아뒀다가 연체를 하면 이런 개인정보를 이용해 시도 때도 없이 협박을 일삼는 수법이 최근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가족·지인에게까지 대리 입금을 강요하는가 하면 소셜미디어(SNS)에 채무자 사진과 신상, 가족·지인·친구 연락처를 올리고 허위사실까지 퍼뜨리는 등 보통 악질이 아니다.

불법 도박에 빠진 채무자들을 불법 추심 조직으로 끌어들여 실적에 따라 빚을 탕감해 주는 등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한다. 담보도 갚을 능력도 없는 청소년까지 불법 도박으로 꾄 뒤 개인정보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불법 사금융은 경기 불황기에 활개를 치기 마련이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불법 채권 추심은 2020년 580건에서 지난해 2947건으로 급증했다. 채권추심법 위반 피의자도 2021년 351명에서 작년 701명으로 불어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사기관과 사법부에는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지난해 구속기소된 채권추심법 피의자는 6명으로 0.8%에 그쳤다. 2021∼2024년 대부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 중 9.1%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피해자가 불법 추심에 악용된 이른바 ‘대포통장’을 신고하러 경찰서를 찾았다가 “연락처를 모르면 소용없다”는 핀잔과 더불어 수사 의뢰조차 거부당한 사실도 알려졌다. 오는 7월부터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처벌과 등록요건이 강화된다고 하지만,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법 사금융 업체가 눈이나 끔뻑하겠는가. 현행 대부업 등록제를 인·허가제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당국은 경청하길 바란다.

금융 당국의 굼뜬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 취재 결과 작년 금감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목적으로 심의를 신청한 온라인 불법 금융 투자정보 1650건 중 81%가 각하 처리됐다. 이들 정보에는 피해자들이 주로 불법 사금융을 접하는 채널인 불법 온라인 광고도 포함됐는데, 방심위 확인에 앞서 대부분 이미 삭제되었다고 한다. 금감원은 방심위와 핫라인을 연결해 신고처리 속도를 높였다고 주장하지만, 실시간 처리가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당장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인생을 담보로 잡혀서라도 급전을 빌려야 하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긴급 생계비 지원 등 공적 금융의 역할을 적극 확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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