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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멀어지는 이사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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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3 23:00:15 수정 : 2025-07-03 23: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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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서울 시내를 오갈 때마다 보이는 아파트단지들의 가격을 맞혀 보는 것이 부부간 하나의 놀이가 됐다. 부동산 공부와 시세파악을 겸하는 작은 유희인 셈인데, 비슷한 가격대를 맞히는 빈도가 늘고 있어 내심 뿌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2년 전쯤 서울 북부 외곽지역의 구축 아파트 한 채를 샀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국책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대출 빚을 거의 최대한 끌어모아 산 집이다. ‘손에 잡힐 때 사라’는 시장에서 유구하게 내려오는 조언에 따라 다소 무리했다. 집값은 거의 제자리걸음하고 있지만, 되돌아보면 좋은 판단이었다.

이병훈 사회2부 기자

내 집 마련 후 긴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직주근접’이라는 ‘진리’에 따라 이사를 원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이전까지 서울 중심부에서 살던 빌라 전셋집이 고민거리는 많았어도 출퇴근은 편했던 기억은 확실히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의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매일 강남권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아내의 고충을 지켜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집을 갖고 난 후, 이사를 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지에 따른 부동산 가격 변동 폭 때문이다. 다른 곳의 집값이 더 내려가면서 가격 격차가 줄어든다면 이주 가능성은 커진다. 생각해 보면 ‘집값 맞히기 놀이’도 이런 욕망에서 시작됐다. 위치가 (상대적으로) 더 나으면서 조금만 노력하면 이사도 가능할 것 같은, 소위 ‘가성비 단지’를 발견할 때마다 막연한 희망이 드는 것은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희망을 품게 하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연초부터 들썩이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이제 가격을 맞히려면 내 생각보다 수억원을 더 얹어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연초 서울시의 미숙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번복이 이른바 ‘강남 3구+용산’ 이외의 부동산 가격에도 불을 댕기면서 대다수의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사의 희망은 줄어든다. 우리 집값만큼 가격이 오르는 강남의 아파트를 보면서 드는 박탈감도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강남, 비강남’을 따지던 편 가르기는 더욱 세분화됐다. ‘서울 부동산 계급표’를 운운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들 간의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6·27 부동산대책을 통해 주담대를 강하게 묶으면서 일반 직장인이 이 격차를 건너뛸 가능성도 극히 작아졌다. 결국 ‘안 사람’과 ‘바깥사람’ 간 자산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부동산 입지에 따른 구도가 더욱 강해지고, 이 박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늘어난 시민 간 갈등의 불씨가 온갖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한 가지 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책을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80%에서 70%로 낮춘 데 대해 “정상화한 것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간 안정적인 첫 집을 가지려던 서민들의 노력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출퇴근 편리한 집 한 채 갖길 원하는 마음을 ‘시장의 탐욕’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은 여기서는 유효하다.


이병훈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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