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거까지 철두철미하게 남겨둔 계획 범죄의 전말이 공개됐다.
‘용감한 형사들4’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자작극을 벌인 범인들을 끝까지 쫓아 체포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충남아산경찰서 강력4팀 정명훈 경위와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펼쳤다.
사건은 전화를 받지 않던 형을 찾아간 남동생의 신고로 시작됐다. 화장실 옆에서 발견된 피해자는 50대 중반의 기초생활수급자로, 하지마비 장애로 전동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해 살아왔다.
거실과 벽에 남은 혈흔으로 볼 때 거실에서 공격당한 뒤 화장실 쪽으로 피신한 것으로 보였다. 신발장 위에서 발견된 렌치에도 피해자의 혈흔이 확인됐다.

부검 결과 얼굴과 머리에 둔기에 맞은 상흔이 9곳 있었고,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 시점은 한 달 전으로 추정됐다.
얼굴을 천으로 가려둔 것으로 보아, 범행 당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범인이 한 것으로 추정됐다. 즉, 용의자는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았다.

수사팀은 사라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주목했다. 사망 시점은 11월 말이었으나, 휴대전화 기록은 12월까지 계속 수신 전화가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자의 지인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한 기록이 남겨져 있던 것이다.
평소 자주 연락하던 지인 장민수(가명)에게 “누가 집 문을 두들겨”라는 내용과 돈을 뽑아 달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그런데 장민수의 나이가 스무 살로 드러나 의아함을 안긴 가운데, 피해자의 금융거래 조회 결과 사망 추정 시점 이후 장민수에게 93만 원과 20만 원이 이체된 내역이 드러났다.
문자 분석 결과 장민수가 피해자인 척하며 본인과 피해자의 전처에게도 안부를 묻는 다정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였다.

CCTV에는 범행 추정 당일 장민수가 피해자 집에 들어갔다가 2시간 후 무엇을 숨겼는지 배가 불룩한 상태로 나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장민수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돈을 빌렸고 그 과정에서 다퉜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대전화 대리점 아르바이트 시절 피해자를 알게 됐고 이후 친하게 지냈다고 했으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상품권을 사거나 소액 결제를 하는 등 사기 행각을 벌였다.

또 피해자의 태블릿 PC를 가져가 인증을 받고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죽은 줄 몰랐다”며 발뺌했지만, 범행 전날 그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에는 ‘계좌 거래 내역 삭제’, ‘고독사’ 등의 검색어가 남아 있었다.
확실한 계획 살인임이 드러났고, 그는 마지막에야 “죽인 게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재판에서 장민수는 마치 이런 상황을 대비한 듯 피해자가 “돈을 받았다”고 말하는 영상을 증거로 제출해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moon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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