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9일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숨진 지 20여일이 지나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단전·단수를 알리는 우편물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이들 모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전·건강보험공단 등 21개 기관으로부터 단전·단수, 건강보험료·통신비 체납 등 47개 지표를 받아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 가정은 누락됐다. 가족이 함께 산다는 이유로 고위험군에 들지 않아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수당과 서비스는 중앙 부처 367종, 지방자치단체 4651종, 민간 339종 등 모두 5357종에 달한다. 대부분 당사자가 신청해야 받는다. 부모 급여·아동 수당 등의 일부 보편적 수당을 제외하면 소득·재산을 따져 대상을 결정하고 있다. 문제는 위기 가정의 개인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대상자임에도 서비스에서 누락되는 ‘복지 신청주의’가 과거부터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해법을 못 찾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절대 빈곤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할 능력이 있다. 찾기 어렵다고 손 놓을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복지제도 수급 방식을 신청주의에서 자동지급제로 변경하라고 지시하자 관련 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이 대통령은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다. 신청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찾고 지급하는 노력을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고, 본인이 거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지급을 안 하는 것으로 하면 굉장한 대전환”이라며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난제가 수두룩하다. 자동지급제가 실현되려면 소득·재산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돼야 한다. 지금은 연 2회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족관계등록부는 대법원 소관이라 연계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한 사람이 수백 건의 사례를 관리하며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특단의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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