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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감성엽서] 늘보, 늘보, 세발가락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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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1 22:58:57 수정 : 2025-10-21 22: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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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무 위에서,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사는 나무늘보. 행동도 걸음도 소화력도 너무나 느리고 느린 나무늘보. 하루의 거의 반 이상을 꿀잠으로 보내는 나무늘보. 하여 이름 속에도 느림보 혹은 나태, 게으름뱅이라는 상징어가 꼭 붙어 다니는 나무늘보. 그럼에도 나는 나무늘보를 무척 좋아한다. 나무늘보 중에서도 앞발의 발가락이 2개인 두발가락나무늘보보다 앞발의 발가락이 3개인 세발가락나무늘보를 더 좋아한다.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미소 때문이다.

앞발이 너무 길어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균형미 제로인 털북숭이 몸매를 끌고, 갈고리 모양의 발가락으로 나무를 꽉 붙잡고 느릿느릿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거의 끝까지 돌리며 씨익! 함빡 미소를 지을 땐 정말, 정말이지 꼭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다정스럽고, 예쁜 세발가락나무늘보.

온몸이 털북숭이라 좀 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큰 오산! 그들은 우리보다 두 개 더 많은 목 척추뼈로 머리를 거의 끝까지 돌릴 수 있고, 유연한 앞다리와 뒷다리로 모든 방향으로 비틀고 척추를 구부려 공으로 굴릴 수도 있다. 게다가 움직임이 매우 느리고 소리도 거의 내지 않아 천적도 별로 없다. 먹는 것도 아주아주 소식이라 다른 동물들이 “나무늘보는 이슬만 먹고 살아요”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그러나 그건 영리한 공생동물인 나무늘보가 제 몸에 비상식량을 숨겨둔 걸 모르기 때문이다. 나무늘보의 털 안에는 지방 성분이 풍부한 많은 녹조류와 미생물은 물론 곤충, 곰팡이 등 최대 900마리의 나방과 딱정벌레가 상리공생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나무늘보는 자신의 몸을 병으로부터 보호하고, 녹조류 탓에 자신의 회갈색 털을 녹색으로 변모시켜 천적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용변을 보기 위해 땅으로 내려올 때만 포식자를 조심하면 안심하고 그들 특유의 그 느긋하고 평화로운 성격을 잘 지켜내고 잘 살아갈 수 있다.

이렇듯 모든 것이 느리고 느린 나무늘보도 짝짓기만은 5초 안에, 무척 빠르게 끝내버린다. 그리고 수영선수급은 아니지만 수영도 꽤 잘한다. 신진대사율이 낮고 먹은 걸 소화하는 기간도 길어 몸 자체가 부력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거대한 코끼리가 강을 헤엄쳐 건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나무늘보도 그럴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두발가락나무늘보는 2주 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기쁘게 만나고 왔으나 세발가락나무늘보는 나무들이 울창한 열대우림지역 이외에선 살아남기 힘들어 우리나라 동물원에선 직접 보기가 힘들다. 게다가 두발가락나무늘보와 달리 잡식성이 아닌 완전 초식성인 데다 그들이 좋아하는 세크로피아 나무도 없으니까. 대신 나는 중독성 강한 그들의 노래를 종종 듣는다. 작고 작은 영가처럼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아름다운. 자꾸만 망가져 가는 이 슬픈 지구의 울음소리 같은.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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