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에는 무척이나 특별한 글로벌 커피 체인의 매장이 있다. 웨이팅은 기본이고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멀리 초입부터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다. 월곶면 조강리와 하성면 가금리 일원 4만9500㎡ 규모로 조성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 이른바 ‘별다방(스타벅스)’이 그것이다. 해발 154m 높이의 애기봉 전망대에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154고지에 있다.
북한 개풍군과 불과 1.4㎞ 떨어진 애기봉공원은 2021년 10월 개장 때만 해도 오가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시간대별 입장인원 제한에 더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 게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불어 전 국민은 거리두기 실천과 함께 외출마저 자제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발길은 크게 늘지 않았고, 적막감이 감도는 접경지 안보관광지 가운데 한 곳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다 2024년 11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정확히 29일 금요일 오전 시간이었다. 30곳 넘는 내외신이 전망대에 몰려와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현지 스타벅스의 개점 첫날 풍경을 대중에게 전하려는 미디어들이 취재 경쟁에 나선 것이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고객들은 음료와 함께 조용한 북한 산간 마을을 눈으로 즐긴다”, “맑은 날에는 북한의 낮은 건물과 농장들을 볼 수 있다” 등 리포트를 이어갔다.
스타벅스 입소문을 기점으로 애기봉공원의 긍정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입점 전인 2023년 11월∼2024년 8월 입장객 수 11만9000명에 입장료 수익은 1억521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입점 후 2024년 11월∼2025년 8월 36만1000명, 5억3116만원으로 모두 3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찾은 이들이 7배가량(약 5000명→3만5000명) 많아진 게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이런 추세는 올해 9월 3만2426명, 10월 4만6363명을 끌어모으며 지속 중이다.
방문객들은 북녘땅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 특별한 문화적 행위라고 소감을 전한다. 문화와 관광, 여기에 희소성 마케팅을 연계시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서울의 주변 지역이자 경기도 변방으로 불렸던 김포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명소를 품은 곳이 됐다. 스타벅스가 문을 연 애기봉공원을 통해서다. 이달 29일이면 애기봉과 스타벅스가 만난 지 정확히 1년째를 맞는다.
고유 관광문화자산은 도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부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포의 사례는 기초지자체와 글로벌 브랜드 협업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 및 창의적 관광자산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의 삶을 엿보고 싶어하는 커피 애호가라면 여행 떠날 준비를 하세요”라고 감성적 스토리를 읊었다. 최근 찾았던 애기봉 전망대에서 은은한 원두 향에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졌던 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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