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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이모’가 사람 잡아요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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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5 23:43:47 수정 : 2025-12-15 23: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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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사 치료 사건 사회 이슈로
혈관 주사 놓는 행위 명백한 위법
무면허 의료 금지는 당연한 규제
바쁘다는 이유 예외가 될 순 없어

“대표님 안녕하세요, 혹시 취침 전 약 받을 수 있을까요?”

 

“알고 있어. 지금 많이 준비하려고 처방전 모으고 있어. 이번 주 내로 두 달 치 준비될 듯해.”

 

도대체 어디서 이루어지는 대화일까요? 약국도 병원도 제약업체도 아닙니다.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와 ‘중국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 한국성형센터장 특진교수’라는 정체불명의 여성 사이에 오간 메시지입니다. 바쁜 촬영 일정 때문에 병원 내원이 어려워 사설 주사 치료를 받았다는 연예인의 사건으로 나날이 인터넷이 떠들썩합니다. 오피스텔을 병원 삼아, 카니발 차량을 링거룸 삼아 원격 진료 및 방문 진료를 일삼았다는 이른바 ‘주사 이모’의 행태가 밝혀지면서,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분노하고 있습니다.

 

“쌍팔년도 때 하던 거 아니냐”, “근데 드라마 보면 재벌 회장님들은 다 집에서 주사 맞던데”, “누구는 아파 죽겠어도 병원에서 긴 줄 기다리는데” 등등 각양각색의 댓글 반응이 보이는 가운데, 흥미로운 댓글이 보였습니다. “근데 그냥 주사만 꽂으면 되는 거 아님? 굳이 의사가?” 시험관시술을 위한 과배란주사, 만성 통증 환자를 위한 통증조절주사, 당뇨 환자를 위한 인슐린 주사, 비만 치료를 위한 위고비와 마운자로까지. 가정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펌프식 주사가 상용화되면서 ‘주사를 놓는 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가벼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고무줄을 입에 문 채 팔목에 혼자 주사를 놓고, 뛰쳐나갈 일이 생기면 박력 있게 바늘을 빼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자주 묘사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혈관에 주사를 놓는 행위는 명백히 의료행위에 해당합니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이를 시행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의료인이라도 면허된 범위를 벗어나 시행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대법원에서는 ‘주사기에 의한 약물투여 등의 주사는 그 약물의 성분, 그 주사기의 소독상태, 주사방법 및 주사량 등에 따라 인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높고 따라서 이는 의학상의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임이 명백하므로’ 비의료인의 주사 행위는 분명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맥주사의 경우, 통상적인 시술 위치가 환자 팔의 혈관으로서, 그에 따라 시술 부위 주변의 혈관과 신경 구조물들을 손상시킬 수 있어 그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약제가 정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동맥으로 들어갈 경우 국소 괴사나 출혈, 쇼크를 일으킬 수 있고, 투여 도중 근육으로 주사 약물이 샐 경우 조직 괴사나 혈관 수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의사라고 하더라도 면허 없이 환자에게 주사를 놓을 수 없고, 방사선사가 MRI 검사를 위한 조영제 주사를 놓아서도 안 됩니다. 의사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주사를 맡기는 경우에도 주사할 위치와 방법 등에 관한 적절하고 상세한 지시를 함과 함께 그 장소에 입회하여 환자의 징후 등을 계속 주시하면서 주사가 잘못 없이 끝나도록 조치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 판례의 명확한 입장입니다.

 

비의료인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또는 유사의료행위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에는 비의료인 의료행위 전면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는데, 그 사유들을 살펴보면, 의료법에서 정하는 ‘의료행위’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고, 무면허 의료행위자 중에서도 부작용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는데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직업선택권 및 행복추구권의 침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항상 같은 답을 고수해 왔습니다. 의료행위는 반드시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관한 행위에만 한정되지 않고, 그와 관계없는 것이라도 의학 지식과 기능을 갖춘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의료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본인 사람의 신체와 생명에 대한 것이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침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주사 이모’의 행위가 단순히 바늘을 찌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사를 놓으려면 약품을 손에 넣어야 하고, 사용한 도구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약사법은 전문의약품의 처방, 조제, 투약 전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므로 ‘대리 처방전을 모아 링거를 확보’하는 행위는 엄연한 약사법 위반입니다. 또한 주삿바늘이나 수액 세트, 피가 묻은 휴지 등을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보관했다가 위탁 처리하는 대신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이 또한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됩니다. 그야말로 ‘불법 대잔치’인 셈입니다.

 

바쁘다는 게, 시간이 없다는 게 핑계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 어떤 일정도 건강이나 생명보다 소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사 이모의 ‘영업’은, 지금까지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너무도 위험하고 치명적인 행위였습니다. 챗GPT로 의료상담을 받고 갤럭시 워치로 혈압을 자가체크할 만큼 의료 지식이 보편화된 시대라지만, 엄연히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의료 체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예외도 사각지대도 허용해선 안 됩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너무도 당연한, 또 당연해야 마땅한 이 원칙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번 재정비되기를 바랍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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