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말년에 건강이 악화하자 일체의 연명 의료를 거부한 채 선종했다. 법정 스님도 위독해지자 연명 의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열반에 들었다. 미국의 평화운동가인 스콧 니어링은 100세가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줄여가며 육신에서 벗어났다. 주변에서도 임종기에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초월했기에 가능한 선택일 것이다.
고령화와 의료 기술 발전 등으로 연명의료 환자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이제 일반인들도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인 ‘웰다잉(Well-dying)’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명 유지 장치를 주렁주렁 매달고 확정된 죽음을 연기하는 조치는 무의미하다는 자각이 퍼져나가고 있다. 2018년 2월 시행된 ‘연명 의료결정법’은 그런 자각이 낳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점이다.
연명 의료 중단은 환자의 선택권과 생명권이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장착, 수혈 등의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으나 영양 공급은 지속해야 한다. 법 제정 과정에서 영양 공급 중단은 생명권 침해라는 종교계 등의 입장이 강했기 때문이다. 올 8월 의향서 등록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의향서 작성 환자라 해도 가족들이 환자의 뜻과 무관하게 연명치료를 이어가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가족이라 해도 구성원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BOK 이슈 노트’에서 연명 의료의 경제적 부담 증가를 언급하며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의료 선호를 명확히 표명한 사람에게는 건강검진 항목 확대나 건강보험료 인하와 같은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보고서를 읽어본 것인지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치료 중단 환자에게 건강보험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지시했다. 환자와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부담을 키우는 연명 의료는 줄여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환자의 선택권이냐, 생명권이냐는 연명의료 중단 논쟁에 느닷없이 인센티브라는 돈의 개념이 끼어드니 무척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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