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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용인과 새만금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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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은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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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
靑 진화에도 지선 맞물려 시끌
궤도 오른 사업 흔들면 손실 커
새만금 ‘첨단 청정 산단’이 해법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할 경우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15기가와트(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부장관이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안보 자산’ 같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돼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이하 용인 클러스터)를 두고 이리 얘기하다니 무모하다 싶었다. 그래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강은 산업부장

6·3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자리를 노리는 안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다”라고 썼다.

 

삼성전자 용인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옮겨야 한다고 앞장서 주장한 그가 이를 ‘윤석열 내란 종식의 길’로 포장했다. 용인이 내란 세력의 근거지라도 된다는 말인가. 헛웃음이 나고 선거철 병폐인 포퓰리즘이 도졌구나 싶었다.

 

야당은 즉각 “반도체는 ‘정치’로 짓는 게 아니라 ‘과학’으로 짓는 것”, “정치는 산업을 살려야지, 산업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용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중심으로 “기반 공사가 한창인 시점에 현실성 없는 이전론은 국가 전략산업을 흔드는 자해 행위”란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민주당 전북도당은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유치추진위원회’가 서명 운동에 나서는 등 이전 찬반 논란이 가열됐다. 다행히 청와대가 얼마 전 “기업 이전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적 판단 영역”이라며 용인 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한 바 없다고 분명히 한 뒤 입씨름이 잦아들었다.

 

이번 논란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 의원 등 용인 클러스터 이전 찬성 측은 나름 합당한 명분을 댔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이란 대의 외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엄청난 전력과 송·변전 시설, 용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지만 용인 클러스터는 어느 날 뚝딱 추진된 게 아니다.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문재인정부 때부터 초석을 놓은 뒤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온 사업이다. 그만큼 정부가 필수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공급 방안을 사전에 검토하고 입지를 선정했다. 멈춤 없이 정밀하게 가동돼야 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상 수많은 협력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석·박사급 우수 인재가 모여들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이 충분한지 등 여러 기반 요소도 감안됐다. 삼성과 SK가 무려 10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용인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한 배경이다.

 

인공지능(AI) 시대와 맞물려 더욱 치열해진 세계 반도체 전장에서 속도전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 기업들은 분초를 다투고 있다. 이미 본궤도에 오른 사업에 걸림돌이 생긴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합심해서 순조롭게 치워주는 게 순리다. 가뜩이나 미국의 ‘관세 칼춤’에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들을 자꾸 위축시켜선 곤란하다. 주요 국책 사업이 정치 공방과 지역 갈등의 인질이나 표심 잡기 지렛대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았을 때 호되게 겪은 국가적 후유증의 대표적 사례가 노태우정부 시절 첫 삽을 뜬 새만금 개발이다. 이후 선거철마다 눈부신 청사진들이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대부분 공염불에 그쳤다. 그렇게 35년 동안 지속된 ‘새만금 희망 고문’은 전북도민에게 깊은 상처만 남겼다.

 

더는 그러지 말자. 2023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고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이 가능한 새만금의 장점을 살려 ‘K배터리 전초기지’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 허브로 확실히 만드는 게 보다 현실적이고 전북에도 유익하지 않을까. 새만금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받고 기업 하기 좋은 스마트 그린 산단’으로 거듭난다면, 탄소중립 실행이 큰 숙제인 글로벌 제조·첨단 기업들이 제 발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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