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대신 인질 자처한 교장 피격 사망
태국의 한 평화롭던 고등학교 교정이 순식간에 비명과 총성으로 뒤덮였다. 정신질환과 마약 전력이 있는 17세 소년이 경찰 총기를 탈취해 벌인 인질극 과정에서,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인질을 자처한 교장이 총탄에 맞아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 “학생 놓아주고 나를 잡아가라”... 스승의 숭고한 희생
12일 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0분쯤 태국 남부 송클라주 핫야이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A(17)군이 총기를 들고 난입했다. 학교 인근 가정집에서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러 권총을 빼앗아 달아나던 중이었다.
A군은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학생들을 위협하며 약 300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사시팟 신사모손 교장은 여학생 한 명을 붙잡고 대치하던 용의자 앞을 가로막았다. 현지 매체들은 사시팟 교장이 “학생을 놓아주고 대신 나를 인질로 삼으라”며 소년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용의자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 두 발을 맞고 쓰러진 교장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 출혈로 12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 정신질환·마약 전력 소년의 광기... 2시간의 공포
사건 당시 용의자는 흉기로 경찰을 습격해 무기를 빼앗는 등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인질극은 경찰이 용의자에게 총격을 가해 체포하며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2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던 학생 한 명이 다쳤으나 다행히 다른 학생들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조사 결과 용의자 A군은 지난해 12월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으며 상습적인 마약 사용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병원에서 치료 중인 A군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 ‘7명당 총 1정’ 태국, 반복되는 총기 비극의 굴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태국 내 느슨한 총기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총기 소지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인구 약 7명당 1정꼴인 1000만 정 이상의 총기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2022년 10월 전직 경찰관이 어린이집에서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여 명 등 37명을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도 방콕의 유명 시장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매번 규제 강화 요구가 일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법 개정이나 뚜렷한 제도적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측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당신을 잃었지만, 당신이 남긴 추억과 선량함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제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시팟 교장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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