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심장이라 불리는 워싱턴DC는 수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뉴욕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면 워싱턴은 ‘기념의 도시’로 불린다.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2차 세계대전 기념비 등 미국의 역사를 배우고 추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워싱턴의 기념물 지도에 최근 ‘트럼프’라는 키워드가 부쩍 늘었다. 기억되고 싶은 욕구 때문일까. 도널드 트럼프는 재선 후 워싱턴DC의 주요 시설, 정책 프로그램, 신무기 등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폐쇄하기로 했던 워싱턴DC의 연구기관인 미국 평화연구소는 ‘트럼프평화연구소’로 개칭했다. 강력한 리더십이 세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지 보여준다는 게 이유다. 워싱턴DC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는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개명했다. 1971년 개관한 이곳이 탐난 트럼프는 취임 직후 공연센터의 이사회를 측근으로 물갈이하고 자신이 직접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았다. 급기야 재즈그룹 더 쿠커스, 뉴욕 무용단인 더그 바론 댄서스 등이 공연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초상이 새겨진 1달러 동전 발행 계획도 내놨다. 현직 대통령 초상은 화폐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도 무시됐다. 공항 이름에도 트럼프가 등장했다. 미 플로리다 주의회는 ‘팜비치 국제공항’을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국제공항’으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항은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으로부터 8㎞ 거리에 있다. 두 곳을 잇는 도로는 이미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대로’로 바뀌었다.
사업가 시절 리조트, 식당, 골프장 등 사적 영역을 브랜드로 쓰는 것과 공적 영역은 다르다. CNN은 “트럼프의 이름 집착이 점점 더 절박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정부와 국가 자산을 대통령 본인의 개인 재산처럼 취급하는 행태”라며 ‘지명 나르시시즘’(toponymic narcissism)이라고 명명했다. 이름을 남기는 것은 삶의 이유나 목적이 아닌 결과일 뿐이다. 한 개인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아닌 역사의 몫이다. 국가 자산을 개인 우상화에 동원하는 건 탐욕이자 허명(虛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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