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종결 대신 복잡한 미래 펼쳐질 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에 미국의 이란 침공 소식을 접하면서 불길한 감정이 엄습해 온다. 아무리 간단하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전쟁도 막상 시작하고 나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일쑤다. 일명 ‘처칠의 법칙’으로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정책을 결정하는 리더는 상황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룰이다. 전쟁의 여부를 판단하는 순간까지 리더는 결정권을 지닌 주인일지 몰라도,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 전개의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역사의 반복되는 규칙을 말하는 것이다.
며칠, 기껏해야 몇 주면 끝내리라 예측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5년째로 접어들었다. 군사 강대국 러시아는 자원과 능력을 총동원하여 훨씬 규모가 작은 우크라이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수년간 전쟁을 끝맺을 종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란 전역을 총공습하면서 전쟁을 시작하자 이란은 미국의 걸프만 동맹국들에 반격을 퍼부으면서 전쟁이 확대될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희망하듯 분쟁의 신속한 종결보다는, 더 복잡한 미래의 전개를 알릴 가능성이 크다.
리비아의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가 제거된 뒤 두 나라가 장기간의 내전과 혼란을 겪은 경험이 그 전례다. 시리아도 아랍의 봄을 맞아 반독재 투쟁이 내전으로 번진 다음, 10여년이 지나서야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지역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불을 질러 놓은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변수는 무엇일까. 트럼프는 이란의 체제 전환이 침략의 목표라고 발표했다. 실제 이란의 국내 정치 변동은 당장 가장 주목해야 하는 변수다. 지난 1월 이란 이슬람 신정체제는 잔혹한 국내 탄압으로 수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민을 대량 학살하는 체제는 붕괴하는 것이 마땅하나 과연 실제로 붕괴할지, 어떤 체제가 이를 대체할지, 내전과 같은 극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지 염려를 지우기 어렵다.
두 번째 변수는 서아시아 지역 전체가 전쟁의 도가니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이란의 걸프만 국가에 대한 총공격을 초래했다. 미군이 주둔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세계 석유와 항공 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의 마비와 함께 지구촌에 미치는 경제적 결과도 우려된다는 뜻이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관계도 최근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을 정도로 악화하여 걱정을 자아낸다.
세 번째 변수는 러시아에 이어 미국이 보여주는 자의적인 강대국 침략 행위의 보편화다. 서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역할 분담은 이스라엘이 강경한 전략으로 일을 저지르면 미국이 확산을 막으면서 수습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침공은 미국이 당사자로 나서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형국이다. 국제 질서의 원칙이나 뼈대마저 사라지고 노골적이고 원초적인 폭력이 혼란을 양산하는 세상이 다가오는 듯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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