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과 ‘히로부미 거사’ 계획… 끝내 일제 총살
1920년 5월8일 자와 5월9일 자 모 신문에 각각 ‘최재형(崔在亨) 총살’과 ‘총살 사건의 내용 최재형 외 삼명 총살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연해주 최재형과 함께 3명이 일본군에 의해 총살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총살 이유는 “치안을 문란케 하며 일본군대를 멸시하는 행동이 점점 더하”였는데 그중 이 네 사람이 배일단(排日團)에서 가장 유력할뿐더러 일본사람에게 맹렬히 저항하였으므로 총살하였다는 것이다.
기사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취재원은 일본 육군성이며 일본군의 총살 이유를 정당화하는 보도 내용이라고 하겠다. 당시 일제의 검열을 의식하여 이렇게 보도했으리라 짐작된다. 훗날 피살된 인물의 신원과 총살 시각이 정확하게 밝혀졌는데 이에 따르면 이 네 사람은 최재형, 김이직, 엄주필, 황 카피톤으로 4월5일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체포된 뒤 곧바로 총살되었다. 일본군은 왜 이 최재형을 비롯한 3명을 총살했을까?
필자가 1910년 국망을 전후하여 연해주에서 독립운동과 교육사업을 벌인 최재형을 인지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못하다. 연해주 지역 한인들의 독립운동에 대해 과문한 탓도 있지만 국내 학계가 장기간의 냉전으로 인해 그의 주된 활동 장소였던 연해주를 비롯한 러시아 각지의 자료를 본격적으로 입수하여 연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1990년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재개하면서 한국인 연구자들이 러시아 문서와 신문, 잡지 등에 접근할 수 있었고 최재형에 관한 연구도 본격화되었다.
최재형은 1860년 함경도 경원에서 노비 출신의 아버지와 기생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1869년 함경도 지역이 홍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자 그의 가족들도 여느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포시예트 지역 지신허로 이주하였다. 고난의 역경이 시작되었지만 부지런하고 영민했던 그는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는 끝에 연해주에서 통역 활동과 군수 납품 등 각종 사업을 벌여 부유하고 신망 있는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나아가 한인 동포들을 위해 학교와 공원을 세우고 러시아 정부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1907년 연해주에 체류하고 있었던 안중근은 “집집마다 최재형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고 기억하였다. 최재형이 왜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또는 페치카(난로)로 불렸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특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고국의 풍전등화 같은 운명 앞에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가 러일전쟁 후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대한제국에게 등을 돌리는가 하면 일본의 사주를 받아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함에도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중근, 이위종 등의 동지들과 함께 항일단체 ‘동의회’를 조직했으며 거금의 군자금을 쾌척하였다. 심지어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에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힘을 보탰다.
따라서 일제에는 최재형이 가시 같은 존재로 다가왔고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던 차에 1917년 11월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혁명의 파급을 우려했던 서구 열강과 일본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곧바로 시베리아에 출병한 일본군은 연해주의 한인 독립운동가를 색출하여 대규모로 학살하였다. 1920년 4월에는 우수리스크에서 최재형을 총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연해주의 영원한 별이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로 다가왔다. 2018년 2월 우수리스크를 들렀던 필자는 그의 옛 저택을 방문하였고, 그의 당당한 역정 앞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김태웅 서울대 교수·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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