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력에 이란 해상로 압박
호르무즈해협 韓경제 생명선
중립 떠나 과감한 전략 필요
이번 이란전쟁은 단순한 지역분쟁이 아니다. 현대전의 본질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제질서가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다. 개전 이전까지 국제사회는 명분의 부족과 확전 위험을 이유로 주저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었다. 자국민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신정체제가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그 위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연초 이란의 시위 진압 과정은 그 답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내부 통제조차 폭력에 의존하는 체제에 핵이 결합될 때 억제는 더 이상 안정의 수단이 아니라 불안정의 촉매가 된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의 양상은 더욱 분명하다. 미국은 단기간에 1만1000여개의 핵심 표적을 제압하며 군사적으로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강한 화력뿐만 아니라 감시·정찰·정보, 인공지능 기반 표적 처리 등 미래 작전개념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플랫폼의 숫자가 아니라 신속한 정보처리와 결심 연계의 문제임을 이번 전쟁은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반면 이란의 대응은 상식을 넘어선다. 정규군의 군사력이 붕괴한 후 이란은 더 이상 군사적인 반격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주변 아랍국가를 향한 미사일 공격, 민간인을 겨냥한 무차별 타격, 그리고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선박 공격을 통해 전쟁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군사력을 상실한 이란은 국제사회의 비용을 극대화하는 공격방식으로 정치적 압박을 유도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문제는 이란의 공격 목표가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교통로라는 글로벌 공공재라는 점이다. 이는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의 테러다.
여기서 한국의 선택이 중요해진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통항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다수 국가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 일본만이 소해전력 파견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한국도 “공식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방기다.
지금의 한·미동맹은 과거와 같은 ‘보호·의존’구조가 아니다. 안보와 경제를 결합한 거래주의적 동맹으로 이미 전환되고 있다. 기여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미국은 비용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압박을 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구조를 외면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을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불리한 결과를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다.
더욱이 호르무즈해협은 한국 에너지 안보의 생명선이다. 이곳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즉각적인 충격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의 반발 가능성만을 고려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판단이다. 지금 우리의 이익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의 작전이 아니라 해협을 봉쇄하고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의 테러행위다. 위협의 본질을 외면한 채 중립을 가장하는 것은 결코 실용주의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선택은 분명해야 한다.
첫째,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통항 확보를 국제적 공공재 수호라는 명분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군사 개입이 제한된다면 다른 영역에서 실질적 기여를 시작해야 한다. 해상 감시, 정보 공유, 후방 지원, 소해작전과 같은 임무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략적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셋째, 이러한 기여를 한·미동맹의 협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확장억제와 방위 협력에서 우리의 지위를 강화하는 전략적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전쟁은 하나의 분수령이다. 동맹을 비용으로 볼 것인가, 자산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진정한 실용주의는 위험을 회피하는 데 있지 않다.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고 그 대가로 더 큰 이익을 확보하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망과 방기가 아니라 결단이다. 국익을 지킬 계획과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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