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제청하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석 사태가 두 달을 넘겼다. 조 대법원장이 박순영 고법판사를 대법관으로 제청하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나, 청와대가 법원 내 진보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고법판사를 고수하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초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가 이르면 이달 중 시작될 전망이다. 대법관 공석 사태가 더 커지고 장기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법관 제청 권한은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청와대와 대법원장이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것이 관례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을 미루는 건 청와대와 대법원이 선호하는 후보자가 달라서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 출석해 “제청 절차는 협의 절차인데 협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 고법판사는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 몫으로 지명돼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의 배우자다. “사법개혁 와중에 부부가 각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직을 맡는 모양새가 적절하지 않다”는 대법원 입장은 일리가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 임명권을 앞세워 대법원에 ‘코드 인사’를 압박하는 건 부적절하다.
만약 청와대 요청대로 김 고법판사를 제청하면 조 대법원장이 행정부 압력에 굴복해 제청권을 포기했다는 오명을 쓸 것이다. 반면 조 대법원장이 소신대로 다른 후보자를 제청했다가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거나 국회에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무력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권 독립과 대법관 공백 해소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조 대법원장이 제청을 기약 없이 미루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 전 대법관 후임자 제청이 늦어지면서 상고심 재판과 사법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만약 이 대법관 퇴임 때까지 공석 사태가 이어진다면 연간 4만건 넘게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 처리에 큰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법관이 2명 빠지면 전원합의체 운영도 어려워진다. 그로 인한 피해를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청와대와 대법원은 ‘힘겨루기’를 그만 접고 중립적 인사를 앉히는 절충안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개헌 또 무산되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05/128/20260505512283.jpg
)
![[데스크의눈] 삼성판 ‘모자무싸’ 해피엔딩이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0/128/20260120517898.jpg
)
![[오늘의 시선] 나만 잘 살겠다는 ‘성과급 파업’](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05/128/20260505512237.jpg
)
![[안보윤의어느날] 적당히 난감한 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21/128/20260421518301.jpg
)






![[포토] 김태리 '완벽한 미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29/300/2026042950949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