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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교육교부금이 쌈짓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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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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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후보들, 현금성 공약 난무
학생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급증
대학 지원 막는 경직성도 불합리
내국세 연동 산정 방식 개편해야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가 가관이다. 교육감은 학력 저하와 교실 붕괴,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 같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자리다. 하지만 교육 어젠다, 정책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고 현금성 선심 공약이 판을 치고 있다. 초중고 신입생에게 현금 지급, 중학생에게 100만원 규모의 펀드 제공, 심지어 매달 교육수당이나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했다. 교육교부금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쌈짓돈으로 안다.

교육감 선거가 ‘돈 뿌리기 경쟁’이 된 건 일차적으로 정당 공천을 받지 않아 후보 인지도가 낮고,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가 없는 유권자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넘쳐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때문이다. 교육교부금은 1972년 학생 수가 급증하던 시기에 안정적인 초중등 교육재정을 확보하려고 도입한 제도다. 학생 수와 무관하게 내국세의 20.79%가 시·도 교육청에 무조건 배정돼, 세수가 늘면 자동으로 증가한다. 도입 당시에는 학령인구 비율이 40%대였지만 지금은 10%대다. 이젠 ‘몸에 맞지 않은 옷’이 됐다.

채희창 논설위원
채희창 논설위원

문제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는데 교육교부금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39조원대이던 교육교부금이 올해 80조원대로 늘었다. 중앙 정부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다. 학생 1인당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623만원에서 1371만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해마다 불어나는 교육교부금을 다 못 쓰고 쌓아둔 잉여금만 20조원인데, 올해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까지 들어온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돈벼락을 맞은 교육청의 예산 낭비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 현장에 비효율이 쌓이고 있다. 학생 수보다 교사 수가 많은 학교가 수두룩하다. 멀쩡한 학교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고, 학생들에게 공짜 태블릿 PC를 나눠주는 등 씀씀이가 헤퍼지고 있다. 넘치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한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돈을 빨리 쓰라고 압박하는 지경이다. 이러고도 “교육환경이 아직 열악하다”고 주장하는 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아닌가.

교육교부금의 경직성도 큰 문제다. 초중고교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5∼179%지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8%밖에 안 된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고교생보다 적은데, 이런 나라는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그리스뿐이다. 교육교부금 일부를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에 지원하자는 ‘고등·평생 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은 교육감들의 반대에 막혀 제자리걸음이다. 기득권 지키기가 지나치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퇴임 직전 이례적으로 교육교부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가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울 때는 굉장히 바람직한 지출 항목이었지만, 지금같이 초과 세수가 생겼을 때는 경기 대응에 쓰이지 못하는 경직적인 예산이 돼버렸다”며 “이런 방식이 바람직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교육교부금이 국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내에선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지방교육 재정이 중앙 및 지방정부 상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오는 7월 출범하는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지출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우려하지만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매년 수요를 재산정한 뒤 교육예산을 적절히 수립·집행하고 있다. 우리도 시대 변화와 교육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재정 낭비를 막고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 않겠나. 학생 수 감소에 맞춰 내국세와 연동된 교육교부금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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