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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마음에 화초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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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원인 분석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우울이라는 잡초 뽑아낸 자리에 생기 채워야

“우울감은 거의 없어졌지만 사는 맛이 안 느껴져요.” 우울증 환자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치료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던 기분은 옅어졌고, 불안은 줄었다. 밤마다 뒤척이던 잠도 제자리를 찾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희미해졌다. 회사에 다시 나가고, 가족과도 큰 문제 없이 지낸다. 우울증을 평가하는 검사 결과도 이전보다 분명히 좋아졌다. 그런데도 환자는 여전히 우울증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느낀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정신의학자인 조반니 파바 교수는 심리적 웰빙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치료법을 제안했다. 바로 웰빙치료다. 웰빙치료는 고통만 파고들지 않는다. 고통의 그늘 속에서도 “만족스럽고, 괜찮았던” 순간을 찾아낸다. 환자에게 “무엇이 당신을 괴롭혔나요?”라고 묻기보다 “지난 하루 중 그래도 괜찮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라고 묻는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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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좋았던 순간은 없었어요”, “행복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라고 답한다. 우울은 하루 전체를 하나의 어두운 덩어리로 뭉쳐 버린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힘들었던 것 같고,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아주 짧게라도 괜찮았던 순간이 숨어 있다.

웰빙치료에서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편안했거나 괜찮았던 순간을 기록한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누구와 함께 있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단순히 좋았던 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좋은 느낌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얼마나 지속되었으며, 왜 사라졌는지를 살핀다. 좋은 감정이 생겼을 때 그것을 밀어내고, 의심하고, 죄책감으로 바꾸는 마음의 습관도 함께 다룬다.

산책을 하며 잠시 안정감을 느꼈는데, 곧바로 ‘내가 지금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바로 그 생각이 웰빙을 방해한 것이다. 친구와 대화하며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동시에 ‘내가 이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올라왔다면, 이것이 바로 긍정적 경험을 중단시킨 부정적 사고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에겐 인생을 즐길 만한 자격이 없어’, ‘이 정도에 만족하면 발전할 수 없어’ 같은 생각이 잠시 찾아온 기쁨마저 밀어낸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상투적인 조언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좋은 순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마신 커피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던 순간, 산책하다가 바람이 얼굴에 닿았던 느낌, 조용히 책을 읽던 시간, 병원 대기실에서 들었던 음악 한 곡. 거창한 사건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작을수록 좋다. 마음의 회복은 대개 아주 작은 장면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좋은 순간을 적는 일은 그 순간을 한 번 더 사는 일이다. 기억은 단순한 저장창고가 아니다. 다시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그때의 감정을 재경험한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무엇이 내 마음을 회복시키는지 알게 되고, 웰빙의 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된다. 몸을 움직였을 때, 비교를 멈췄을 때, 현재에 주의를 기울였을 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을 때, 심신의 생기가 살아난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힘들어도 인생이 아주 못 살 것만은 아니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하나씩 되찾아야 한다. 우울이라는 잡초를 뽑아내도, 그 자리에 작은 화초를 심지 않으면 마음의 정원은 다시 황량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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