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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네거티브 제로’ 선거에서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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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9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도 네거티브가 무성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에 대한 지지 획득 노력 이상으로 상대 후보를 무자격자로 규정하는 공격이 무성했다. 막장 폭로, 폭력적인 말이 천방지축으로 난타전을 벌이며 적대감과 사회 분열을 증폭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네거티브는 자아개념(self-concept)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언어적 공격(verbal aggression)을 의미한다.

선거철이면 상대를 우선 공격하고 보는 네거티브가 불사조처럼 부활하는 것은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학술 연구에서 입증되는 것도 아닌데 되풀이되니, 후보자들의 수준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막아낼 묘수가 없어 보여 걱정스럽다. 더 우려되는 건 네거티브가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 후보자는 공격으로 이익을 얻었기에 더 발전(?)시켜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언어적 공격’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 중의 하나인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 이론은 관찰을 통해 공격이 보상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높은 공격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Argumentativeness and aggressiveness’, Rancer & Avtgis). (국회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막말, 욕설, 적대적 언행, 각종 회의가 파행하는 이유를 일러주는 듯싶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범람 속에서 대구시장 선거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선거 미래를 위해 큰 위안을 준다. 김부겸과 추경호 두 후보자의 ‘네거티브 제로’ 기조의 선거운동은 ‘판도라 상자’에 남아 있다는 ‘희망’ 같은 존재이다. 특히 여당 김부겸 후보는 “상대를 비난해서 반사이익을 얻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대신 “좋은 정책과 선의의 경쟁으로 선택받고 싶다”는 당당한 자세를 지켰다. 개인적·당파적 이익을 위해 유권자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는 정치꾼들과는 다른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김부겸과 추경호 후보가 각자 절박하게 선거운동을 하다가 조우한 ‘대구IM뱅크파크’ 앞에서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선거에서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은 박수로 환호했다고 한다. 권력에 눈먼 행동의 정치인, 극단의 진영론자, 장사꾼 정파 유튜버,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의 극렬 유권자만 있는 게 아니다. 합리적인 정치인과 부화뇌동하지 않는 유권자도 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전대미문의 참사로 민주주의의 토대인 참정권을 빼앗긴 시민들의 집단 항의와 분노, 특히 송파의 풀뿌리 집회를 주도하는 비정파성 20·30대 젊은이들을 보며 지긋지긋한 진영 정치의 종말이 다가옴을 느낀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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