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일, 미군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외곽 군사기지 푸에르테 티우나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 150대가 넘는 항공기와 드론, 사이버·우주 전력이 동시에 투입된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이었다. 당시 베네수엘라의 레이더와 전력망은 미군의 전자전으로 무력화됐고, 방공망은 작전 개시 전 대부분 제거됐다. 반면 미군 피해는 부상자 7명에 그쳤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월28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열리는 시점을 포착한 뒤 전투기들이 정밀 폭격을 감행했고,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수뇌부는 현장에서 폭사했다. 세계 최정예 전력으로 평가받는 이란 혁명수비대조차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올해 초 세계를 뒤흔든 이들 두 작전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전장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인공지능(AI)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미국 대표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가 있다. 팔란티어의 전장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와 결합해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지휘관의 전략적 판단을 지원한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는 “2003년 이라크전 당시 하나의 표적을 지정하는 데 2000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20명이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AI가 전쟁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정부가 지난 26일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기술투자기관인 인큐텔(In-Q-Tel)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인큐텔’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신안보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신안보 기업 5개와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기업 5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큐텔이 팔란티어를 비롯한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켰듯, 한국도 AI 기반 안보 기업을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에서 기술 자립을 강조하지만, 국내 방산기업 상당수는 이미 팔란티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AI를 만드는 나라가 될 것인가, AI를 사용하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답은 지속가능한 투자와 산업 전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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